[PO]입술 깨문 정근우, 두 마리 토끼 잡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16 07: 25

얼굴은 여전히 웃는 낯이다. 하지만 가슴 속에서는 칼을 품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정이다.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정근우(30·SK)의 심정이 그렇다.
SK 덕아웃의 분위기 메이커인 정근우는 시즌 중반부터 말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성적 때문이었다. 정근우는 올 시즌 최악의 성적을 냈다. 127경기에 나섰지만 타율 2할6푼6리 8홈런 46타점 22도루의 기록했다. 다른 누가 아닌 정근우이기에 초라한 성적표였다. 프로 첫 시즌이었던 2005년 이후 가장 못한 성적을 냈다. 입술이 바짝 타들어갔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 3할을 쳤던 정근우였다. 지난해도 부상으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을 뿐 3할7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용납할 수 없는 성적표였다. 정근우는 시즌 막판 “4타수 무안타를 쳐도 타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게 더 자존심 상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팀 부동의 리드오프인 정근우가 출루를 하지 못하자 팀 타선의 짜임새도 떨어졌다. 

그래서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는 정근우의 시선은 더 이글거린다. 정규시즌 때 못한 것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다. 성적이나 고과를 다 떠나 자존심 문제다. 이대로 시즌을 끝내기에는 국가대표 2루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준플레이오프 휴식기 동안에는 하루도 방망이를 놓지 않았다. 팀 훈련이 끝난 뒤에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배트를 돌리고 또 돌렸다.
땀을 흘리자 자신감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정근우는 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개인적으로 많이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플레이오프는 자신이 있다. 시즌 때 못 보여준 야구를 플레이오프 때 보여주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팀으로서도 정근우의 부활이 절실하다. 상대 배터리를 괴롭힐 수 있는 베이스러닝 능력이 있는 선수다. 살아나가야 팀 타선의 숨통이 트인다. 지난해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타율 3할1푼8리를 기록하며 자신의 몫은 했던 정근우이기에 기대가 크다. 동료들의 신뢰도 여전하다. 이호준은 “(정)근우가 3루까지 나가면 어떻게 해서든 홈으로 불러들이겠다”라고 했다. 농담 속에도 정근우가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읽을 수 있다.
정근우는 시즌 막판이었던 9월 타율 3할3푼8리를 기록하며 서서히 살아났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눈치는 아니었다. “아직 100%가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가을이다. 이제부터 시작 아니겠는가”라고 눈빛을 반짝거렸다. 정근우가 자존심 회복과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스파이크 끈을 고쳐 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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