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조웅천 코치, “SK 불펜, 첫 경기가 관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16 12: 44

‘양떼’와 ‘벌떼’의 충돌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양떼’가 먼저 기세를 올렸지만 이에 맞서는 ‘벌떼’들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불펜 싸움의 대충돌이라고 할 만하다. 시리즈 승자의 향방도 여기서 갈릴 확률이 높다.
올 시즌 롯데는 불펜에 살이 쪘다. 그간 롯데가 보유하지 못했던 수준급 불펜을 구축했다. 여기에 부상으로 시즌 전반기를 통째로 날린 정대현이 가세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위력은 발휘됐다. 두산 불펜에 우위를 점하며 예전과 다른 모습을 과시했다. SK 마무리 정우람은 “롯데 불펜이 원래 좋았는데 (정)대현이형이 들어가면서 완성이 된 기분”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SK도 불펜 싸움은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있다. 원조 불펜 야구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있다. 선수 개개인의 면면을 보면 롯데에 뒤지지 않는다. 올 시즌 34홀드를 기록한 박희수가 있고 30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정우람도 대기한다. 두 투수는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선수다. 이만수 SK 감독의 믿는 구석이다. 피로 누적 증세가 있었지만 준플레이오프 휴식기 동안 체력을 보충했다. 초반부터 전력투구가 가능하다.

그 앞에 나서는 투수들도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롱릴리프로는 박정배가 대기하고 선발과 불펜 모두 경험이 풍부한 채병룡이 가세했다. 롯데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분이다. 엄정욱 이재영 최영필은 짧게 던지며 흐름을 끊어가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만수 감독은 “롯데도 불펜이 좋지만 우리도 불펜 투수들이 뛰어나다. 선발이 5이닝 정도만 막아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관건은 첫 경기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예열을 마친 롯데 선수들에 비해 SK는 실전감각 측면에서 다소 물음표가 남아있다. 만약 첫 경기가 꼬인다면 나머지 경기에서도 부담이 생긴다. 그러면 가진 힘도 다 쓰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불펜 투수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조웅천 SK 투수코치도 이 점을 주목했다. 조 코치는 “첫 경기가 관건이다. 잘못되면 팀 투수 운영 자체가 꼬일 수 있다”라고 했다.
SK 불펜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꾸준히 큰 무대에서 뛰어본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마무리 정우람 정도다. 박희수는 지난해 등장했고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최영필도 오래간만의 가을잔치다. 조 코치는 “중요한 시점에 등판했던 경험을 가진 선수들이 많지 않다”라고 하면서 “최악의 상황이 왔을 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경험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고참이나 코칭스태프의 조언이다. 조 코치는 “불펜투수들은 많은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며 대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간접경험의 효과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우람 채병룡 최영필 등 큰 무대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체 불펜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조 코치가 주목하는 선수는 우완 박정배다. 두산에서 방출된 아픔을 딛고 재기한 박정배는 올 시즌 37경기에 나서 4승3패3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던지며 SK 불펜을 지탱했다. 이만수 감독이 뽑은 수훈 선수 중 하나다. 다만 큰 무대에서 던져본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게 불안요소다. 그래서 조 코치는 더더욱 첫 경기를 잘 넘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코치는 박정배에 대해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선수 스스로도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라고 하면서도 “잘할 수 있도록 불펜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줄 것이다. 최대한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만 잘하면 충분히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라고 격려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