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SK-롯데 '세리머니' 장외전쟁 벌일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16 12: 43

8회초 중견수 김강민이 상대 추격의지를 꺾는 환상적인 수비를 펼친다. 환희에 찼던 상대 벤치는 일순간 침묵하고, 반대로 SK 벤치에선 이만수 감독이 뛰어나와 헐크를 흉내내는 세리머니를 한다.
올 시즌 SK 야구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이 감독을 상징하는 것과 같았던 세리머니는 경기 승부처에서 여러 번 터졌다. 그때마다 이 감독의 세리머니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선하다는 반응과 함께 팬 서비스라는 옹호도 있었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시즌 막판 LG 김기태 감독이 SK에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것도 이 감독의 세리머니가 이유라는 설이 유력하다.
야구는 그라운드 안에 수많은 불문율이 있다. 큰 점수 차가 날 때는 도루를 하지 않고, 노히트노런 기록을 이어가는 투수를 상대로 경기 막판에 기습번트를 대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예의를 중시하는 특성 상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위를 할 때엔 보복이 들어오기도 한다. 종종 이 감독의 세리머니에 대해 불편한 시선이 나온 이유다. 그래서 이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이와 같이 세리머니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일단 소속팀을 하나로 묶는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다. 라틴어에서 따 온 말인 세리머니(ceremony)는 고대 로마 카에레(Caere) 지방에서 전투에 승리할 때마다 벌어진 의식에서 유래했다. 이 의식을 통해 집단 구성원은 소속감과 일체감을 느끼게 됐고 투쟁심을 고양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상대방을 하나로 묶어주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올해 롯데와 두산의 준 플레이오프에 그 예가 있다. 3차전에서 두산 오재원은 결정적인 수비를 하거나 안타를 친 뒤 팔을 접어 가슴을 내미는 세리머니를 반복했다. 분위기메이커인 오재원을 따라 두산 선수들도 3차전에서 그 세리머니를 흉내 냈고, 그날 경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4차전을 앞두고 만난 롯데 선수들은 오재원의 세리머니에 적지 않게 자극을 받은 모양이었다. 한 선수는 "우리가 세리머니 할 줄 몰라서 안 하는게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고, 손아섭은 "재원이 형이 이번엔 세리머니 못 하게 할 것이다. 내가 해서 되갚아줄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손아섭은 4차전에서 8회말 동점득점을 올린 뒤 두산 더그아웃을 향해 오재원이 보여줬던 세리머니를 그대로 되갚았다. 결국 연장 10회 롯데는 끝내기 득점을 올려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오재원의 3차전 세리머니가 4차전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분명 롯데를 하나로 묶는 계기는 됐다. 신경전의 단초가 된 것이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 감독은 다시 헐크 세리머니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주위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너는 네 스타일로 가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는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에 가면 옛날 모습이 나오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감독의 세리머니가 SK를 묶는 아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롯데를 자극하는 결과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16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질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과연 헐크가 재등장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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