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개론'에 이어 첫사랑의 추억과 향기를 자극하는 또 한 편의 영화가 등장했다. '늑대소년'(조성희 감독, 31일 개봉)이다.
'늑대소년'은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15일 서울 CGV왕십리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언론에 공개됐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관객들에게 호평이 이어졌는데, 그 호평이 '열풍'으로 이어질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늑대소년'은 '건축학개론'과는 전혀 다른 장르와 캐릭터를 취하지만 두 영화는 묘하게 닮았다. '건축학개론'이 90년대 감성을 대놓고 끄집어냈다면, '늑대소년'의 시대적 배경은 그보다 앞선 60년대다. 요즘 젊은 관객들은 그 시절을 직접적으로 추억할 수는 없겠지만, 따뜻한 산골마을이나 읍내의 풍경,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처럼 희뿌연 화면은 가슴을 아련하게 만든다.

영화는 크게 전반, 후반으로 나눠져 전반은 캐릭터 소개와 함께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훈훈한 웃음, 사랑스러운 볼거리가 가득하고 후반부는 서로를 만나 아픔을 치유하게 되는 늑대소년과 소녀, 송중기-박보영의 이뤄질 수 없는 슬픈 사랑으로 이끌려진다. 감정표현에 솔직한 관객들은 그래서, 전반부 빵 터지는 폭소를 참지 못하다가 후반부 폭풍 오열(?)하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늑대소년'이 한국형 '트와일라잇'이라고도 불렸던 이유는 '뱀파이어:늑대인간'이라는 남자 주인공의 비밀스런 정체성, 이 독특한 존재의 사랑을 받는 여리지만 특별한 여자주인공, 갖고 싶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내용, 판타지 장르란 설정 때문이고 실제로 몇몇 장면은 '트와일라잇'을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한국형'이라는 말이 더없이 잘 어울릴 수 없을 만큼 영화는 이토록 젊은 배우들을 데리고, 전쟁의 상흔이 남은 한국 시골 풍경 속에 한 편의 동화를 만들어냈다. 오히려 영화의 감성은 '트와일라잇'보다는 '러브레터'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극중 소녀 순이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늑대소년 철수가 이를 지켜보는 장면은 표현적으로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다. 서로 호감을 갖는 두 남녀 사이에서 한 명이 노래를 부르고, 한 명이 이를 지켜보며 반하는 모습은 숱하게 봐왔던 영화 속 장면이지만 '늑대소년'은 그 속에 참을 수 없는 슬픔까지 담아내는 묘한 영화다. 설레고 풋풋하지만 이뤄질 수 없는 첫사랑의 이야기를, 이렇게 독특하게 푼 영화가 있었던가?
아무래도 남성들보다는 여성 관객들이 더욱 선호할 것 같은 분위기. 로맨스 판타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젊거나 혹은 어린 여성들이 가질 수 있는 사랑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과하지 않게 풀어냈다고도 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조성희 감독은 '남매의 집', '짐승의 끝'으로 탁월한 영상에 대한 감각을 인정받아 온 감독. 그가 만드는 첫 상업영화가 주목됐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동화같은 작품으로 탄생했다는 데 놀라움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많다. 남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많이 닮은 송중기와 박보영은 비주얼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판타지의 주인공이 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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