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석훈이 쌀쌀한 가을에 옛사랑의 기억을 섞어 돌아왔다. 그것도 2년 만에. 긴 공백기 동안, 이석훈은 더 성장했고 자신만의 색을 온 몸에 가득 실었다.
이석훈은 지난 4일 2년 만에 자신이 솔로 앨범 '다른 안녕'을 발매하고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 선 그는 여전히 부드러웠고 달콤한 음색을 뽐냈다.
하지만 그는 확고하게 자신의 색을 찾은 모습이었다. SG 워너비의 이석훈이 아니라 홀로 있어도 자신감있는 완벽한 면모였다. 그가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 곡 '좋으니까'는 짝사랑의 아픈 기억을 담아낸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 노래. 그는 해당 노래를 부드러운 음색에 담아 가을 바람에 일렁이는 리스너들에게 선물했다.

이석훈은 최근 서울 합정동 인근에서 기자와 만났다. 2년 전과는 다른 근육질 몸매와 여전히 교회 훈남 오빠 분위기를 풍기며. 그는 "이제는 조금 쌀쌀하네요"라며 첫 인사를 건넸다. 2년 만에 컴백에 나선 그에게 활동 소감을 물었다.
"설레죠. 그런데 요즘은 아이돌 그룹이 너무 많아서 내가 이 자리에 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내가 이 장르를 잘 지켜내야겠다는 책임감도 함께 들었고요. 음악 시장이 어려워지고 강해지다 보니 제가 없었던 2년새 많은 것들이 변한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현 가요계는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보다는 아이돌 그룹들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주가 됐다. 아이돌 틈에서 노래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터. 생각대로 그는 "어색하다. 그들과의 음악이 많이 다르기도 하고, 워낙 어린 친구들이라 갭이 크다"고 말한다. 아이돌 틈에서 어느덧 5년차 가수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그는 이번 앨범에 음악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 처음으로 자작곡을 실었어요. 부모님을 위한 곡인데, 예전에 써뒀던 곡이에요. 10분만에 만들었던 노래인데 아껴뒀다가 이번 앨범에 넣게 됐죠. 언젠가 부모님을 위한 노래를 써보고 싶었어요. 가수인 아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것 같아요."

그는 쉬는 2년 동안 일탈 아닌 일탈을 했다고 밝혔다. 항상 무언가에 열중하고 제대로 놀아본 적 없었다는 그는 올 초 두달 남짓 말그대로 '미친듯이' 놀았다고.
"쉬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했어요. 가수 생활을 하는 4년 동안 어디 가본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쉬는 동안 미친듯이 먹고 놀았어요. 레저 활동도 하고 친구들이랑 술도 많이 먹었어요. 하하.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술을 먹었죠. 그러던 어느날 거울 속의 제 모습을 봤는데 제가 아니더라고요. 너무 심하다 싶어서 다시 본연의 제 모습을 찾자고 생각했어요. 그 뒤로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굉장히 말랐었는데 지금 10kg정도 쪘어요. 다 근육 무게에요! 지금 제 생활에 정말 만족해요. 결과적으로 쉬는 동안의 시간은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시간이었죠."
이석훈의 성장은 음악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다녀왔던 여행을 사진 에세이 형태로 담아 책으로 만들었다. 발매를 앞두고 그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깨달음과 나의 생각을 온전히 담은 책이라 많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알 없는 안경을 내려 놓았다. "렌즈를 끼는데 무대에 오를 때는 안경을 낀다"며 웃어보였다. 안경이 가수 이석훈과 평상시의 이석훈을 구분하는 중요한 물건이란다.

"안경을 껴야 가수 이석훈이에요. 벗으면 평범한 이석훈처럼 살아요. 학생들이 교복입는 거랑 똑같아요. 저는 평소에 제 자신을 연예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운이 좋아서 연예인이 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완벽하게 하고 싶어요. 이 안경이 그 두 모습을 구분짓는 중요한 사물이에요. 저에게는요. 실제로 시력은 마이너스고, 지금은 렌즈를 낀 상태에요. 하하"
그는 이번 앨범으로 소박한 꿈을 말했다. 1위를 하고 싶다, 가요대상을 받고 싶다하는 구체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진중한 힘이 느껴졌다.
"이번 앨범으로 이석훈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석훈 노래 잘하는 친구구나. 가능성이 많은 친구구나 이런 생각을 해주시는 것만으로 정말 만족해요. SG워너비를 통해 알린 이석훈의 모습은 뭔가 모자란 모습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간 분명 탄탄해지고 성장했으니까 제 노래를 듣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주시면, 그걸로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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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