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잘 뛰려면 밥을 잘 먹어야 한다. 그렇다면 SK 4번 타자의 중책을 맡은 이호준(36)의 16일 아침 식단은 어땠을까. 의외로 간단했다. 카레와 계란 두 개였다.
누가 들으면 이상한 이야기다. 이호준은 야구계의 대표적인 ‘내조의 여왕’을 두고 있다. 홍연실 씨다. 게다가 이날은 플레이오프 1차전이라는 ‘거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침 식사가 이렇게 간단했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일종의 징크스다.
평소에는 식단이 이렇지 않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푸짐하다. 이호준이 “반찬투정이 심하다”라고 순순히 인정할 정도다. 그러나 올해에는 새로운 징크스가 생겼다. 이호준은 카레를 좋아하는 데 여기에 계란 두 개를 먹으면 그날은 꼭 안타 하나 이상은 쳤다는 징크스다. 심심찮게 홈런도 나왔다. 경기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호준이 아내에게 ‘특별식’을 부탁한 것이다.

경기 하루 전인 15일 이호준은 아내와 합의 하에 호텔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야구선수들의 기상 시간은 보통 늦은 오전이다. 오후 6시 30분 경기를 위해 최적화된 생체 리듬이다. 그런데 아침 일찍 등교해야 하는 아이들 때문에 숙면을 취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뜩이나 “한 번 깨면 절대 다시 잠에 들지 못한다”라고 하소연하는 이호준이다.
그래서 전날 잠은 호텔에서 잤다. 저녁 식사를 한 뒤 아이들이 다 자는 것을 확인하고 호텔로 향했다. 그리고 오전 11시에 일어나 태연히 집을 향했다. 호텔 식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밥은 집에서 먹었다. 다음날 식단도 미리 정해 놨다. 이번에는 하이라이스와 계란 두 개다. 계란 두 개는 그대로인데 카레 대신 또 하나의 선호메뉴인 하이라이스를 준비한다.
카레와 계란 두 개를 먹은 이호준은 16일 경기 전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이호준은 “항상 포스트시즌 첫 경기 첫 공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좀처럼 긴장이 되지 않는다”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면서 옆을 지나던 ‘가을 사나이’ 박정권에게 “야, 긴장 안 돼지?”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정권은 태연하게 “긴장이 뭔가요?”라며 되물은 뒤 갈 길을 향했다. SK 덕아웃의 여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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