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1] '10K' 김광현, 가을무대에서 에이스로 귀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16 21: 03

의외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광현(24·SK)은 모든 물음표를 잠재웠다. 이를 악물고 던졌고 그렇게 에이스의 귀환을 알렸다.
김광현은 1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1실점의 괴력투를 선보였다. 2-1로 앞선 7회 엄정욱에게 마운드를 넘긴 김광현은 동료들이 승리를 지켜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2패 만을 당했던 기억까지 깨끗하게 씻어냈다.
이만수 SK 감독은 자신만만하게 김광현을 1차전 선발로 냈다. 올 시즌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하며 8승5패 평균자책점 4.30으로 부진했던 김광현이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윤희상 송은범 마리오를 모두 제쳐두면서 김광현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SK하면 김광현이다”, “잘 던져줄 것”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 자신감의 이유가 드러난 경기였다. 김광현이 팬들이 기억하는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김광현은 올 시즌 들어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가장 좋은 공을 던졌다. 가장 큰 비결은 직구 위력의 회복이었다. 시즌 막판까지 140㎞때 초·중반에 머물렀던 김광현의 직구는 150㎞에 육박했다. 롯데 타자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위력과 제구였다. 롯데 타자들이 당황하는 사이 때때로 슬라이더가 날카롭게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들었다. 구속이 140㎞를 넘나들었다. 김광현표 고속 슬라이더였다.
1회부터 거침이 없었다. 작정한 듯 공을 던졌다. 도망가지 않고 빠른공으로 정면 승부했다. 김주찬은 배트가 나가다 빗맞아 내야 땅볼로 물러났고 조성환은 한복판 직구에 아무 대처도 못하고 서서 삼진을 당했다. 손아섭에게 커브를 던지다 2루타를 허용했지만 이어 홍성흔을 한가운데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전광판에는 150㎞가 찍혔다. 1루의 SK 팬들은 환호했다.
2회에는 삼진쇼가 펼쳐졌다.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선두타자 박종윤을 한가운데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김광현은 전준우에게 139㎞짜리 슬라이더를 던져 역시 헛방망이를 이끌어냈다. 황재균도 김광현의 슬라이더에 아무 대응도 못해보고 당했다.
3회 2사에 김주찬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으나 후속타자 조성환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위기를 넘겼다. 역시 직구였다. 4회 선두타자 손아섭에게는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몸쪽 높은 쪽 직구를 던져 3구 삼진 처리했다. 그 때 김광현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돌았다. 뭔가 잘 풀린다는 의미의 미소였다. 이후 홍성흔 전준우도 삼진으로 처리했다.
5회부터는 다소 힘이 떨어진 듯 제구가 높게 형성됐다. 그러나 볼에는 힘이 남아 있었다. 전준우 용덕한의 타구가 뻗어나가지 못했다. 위기도 있었다. 5회 2사 문규현의 타석 때 공을 던지다 오른발이 돌아가면서 삐끗해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그러나 곧바로 문규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두 자릿수 탈삼진에 도달했다.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김광현은 6회 대타 정훈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손아섭에게 좌측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허용해 1실점했다. 이후 홍성흔에게도 안타를 맞아 1사 1,3루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SK 벤치는 김광현을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믿음을 과시했다.
동료들도 김광현을 도왔다. 박준서의 유격수 방향 플라이 때 박진만이 넘어지며 잡아냈고 풀카운트에서 자동으로 2루를 향해 뛰던 홍성흔은 귀루하지 못한 채 더블 아웃됐다. 김광현을 위기에서 구하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6회말 공격에서는 박정권이 적시타를 치며 김광현의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었다. "김광현이 등판하면 야수들도 더 힘을 낸다"라는 이만수 감독의 자신감도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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