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김광현이 1차전에 선발 등판할 줄은 몰랐다.”
경기 전 롯데 양승호 감독은 김광현의 1차전 선발 등판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던 양 감독의 웃음이었다. 결과는 선발 대결 석패, 양 감독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롯데가 준플레이오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롯데는 1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K에 1-2로 패했다. 김광현에게 6이닝 동안 단 한 점만 뽑아냈고 삼진 10개를 당했다. 안타 5개를 쳤지만 연타는 없었다.

김광현은 명실상부한 SK의 에이스다. 2007 한국시리즈 호투를 시작으로 SK가 3번 우승을 차지할 때마다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좀처럼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에 실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작년에는 정규시즌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포스트시즌 1선발투수로 등판했지만 너무 부진했다. 롯데와 플레이오프서 평균자책점 9.64, 삼성과 한국시리즈선 9.00으로 고개를 숙였다. 올 시즌도 기복이 심했다. 경기 초반 위력적인 공을 던지다가도 순식간에 구위와 제구가 흔들리며 무너졌다. 양승호 감독이 작년 플레이오프 무대를 생각하며 기대를 건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김광현은 최고구속 151km의 직구와 141km 슬라이더로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비록 6이닝 소화에 그쳤지만 구위 자체는 SK의 우승을 이끌었던 모습 그대로였다. 유먼도 자기 자신의 투구를 펼치며 5⅓이닝 2실점으로 활약지만 롯데는 1차전을 내줬고 선발승을 따낸 김광현은 자신감을 얻었다. 시리즈가 4차전, 혹은 5차전까지 갈 경우 롯데는 다시 1차전 보다 강해진 김광현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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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