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1] '너무 빨랐나' 롯데 발목잡은 두 박자 빠른 교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16 21: 03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준 플레이오프 4차전에 앞서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포스트시즌에는 한 박자 빠른 교체가 아닌 두 박자 빠른 교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공감한 양 감독은 4차전에서 선발 고원준을 2⅓이닝만에 바꾸고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박종윤을 교체하는 등 과감한 선수기용을 보여줬다. 승부처에 보여준 빠른 교체는 롯데의 승리로 돌아왔고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상위라운드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16일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롯데 벤치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승부처에서 과감하게 선수를 교체했고 작전을 펼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결과는 준 플레이오프 4차전과 반대였다.

경기 초반 롯데는 SK 선발 김광현의 역투에 막혀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0-1로 끌려가던 6회초 롯데는 1사 후 정훈이 볼넷을 얻어낸 뒤 손아섭이 동점 2루타를 터트려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홍성흔의 안타가 이어지며 1사에 주자는 1,3루, 롯베 벤치에선 박종윤에 스퀴즈 사인을 냈다. 그러나 박종윤이 공 하나를 그냥 보낸 뒤 2구에서 번트 헛스윙을 하자 주저없이 박준서를 투입했다.
정규시즌이나 준 플레이오프 1~3차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양 감독의 비정한 교체였다. 대타로 타석에 선 박준서는 3-유간 안타성 타구를 쳤지만 박진만의 다이밍캐치에 걸리는 불운을 맛봤고 미리 스타트를 끊은 1루주자까지 잡혀 순식간에 이닝이 끝났다.
1-1로 맞선 6회말 호투하던 선발투수 유먼은 선두타자 박재상에 안타를 허용했다. 최정을 뜬공으로 잡아내며 주자는 1사 1루, 롯데는 이호준 타석에서 유먼을 내리고 김사율을 투입하는 강수를 둔다. 당시 유먼의 투구수는 81개, 한계투구수까진 20개 넘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직전 타석에서 이호준에 홈런을 허용한데다 SK의 흐름을 꺾기 위한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였다.
그렇지만 이 교체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사율은 도루를 허용한 뒤 이호준을 뜬공으로 잡아냈으나 박정권에 결승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날 롯데를 패자로 만든 승부처였다.
결국 롯데는 SK에 1-2로 패하며 기세가 꺾였다. 롯데 벤치에서 나온 두 박자 빠른 교체는 납득이 가는 선수기용이었다. 실패로 끝났기에 문제가 되는 것, 역시 야구는 결과론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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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손용호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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