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디의 10만 관중, 상상 그 이상이었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10.17 03: 31

최강희호가 38년간 이어져왔던 이란 원정 무승의 사슬을 끊어내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새벽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서 0-1로 패배했다.
이로써 지난 1974년 아시안게임서 0-2 패배를 맛본 뒤 이란 원정에서 2무 2패의 저조한 성적표를 남겼던 한국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한국(승점7)은 이란에 골득실에 앞선 채 1위를 유지했지만 이날 패배로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해발 1273m의 고지대. 지난 9일 일찌감치 이란으로 넘어와 순조로운 적응을 마쳤다. 이란축구협회의 꼼수 속에 훈련장을 3번이나 옮겨다니는 곤욕을 치렀지만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이란 원정 사상 첫 승리를 기대케 했다.
하지만 아자디를 꽉 채운 10만 관중의 위력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경기 시작 3시간여 전부터 아자디 스타디움은 이란의 열성적인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경기 시작 2시간 반 전.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절반에 가까운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흘렀을까. 흥을 돋구는 노래가 나오자 이란 팬들은 더욱 적극적인 응원을 시작했다.
국기를 흔들며 '남자답게'라는 구호를 연신 외쳐댔다. 이후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국 선수들이 워밍업을 하러 운동장에 들어서자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기자석에서 들어도 귀가 아플 정도의 소음이었다. 반면 이란 선수들이 입장하자 큰 환호와 박수로 환영하며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이뤘다.
10만을 수용하는 아자디 스타디움은 예외없이 꽉 들어찼다. 300여명에 달하는 교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힘찬 응원을 보냈지만 이란 팬들의 함성에 묻혀 고요한 외침이 됐다.
이란 홈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은 한국 선수들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했다. 코너킥과 프리킥을 찰 때 엄청난 야유로 한국 선수들의 기를 꺾었다. 행여 이란 선수와 부딪히기라도 하면 욕설과 손가락질로 거치디 거친 응원전을 펼쳤다.
후반 10분 마수드 쇼자에이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자 홈 팬들의 극성은 더욱 심해졌다.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한국은 수적 우세를 살리며 공세를 취했지만 선제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후반 30분 이란의 캡틴 하바드 네쿠남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아자디 스타디움이 떠나갈 정도의 엄청난 함성이 흘러나왔다. 한국은 이란과 역대 전적서 9승 7무 10패로 근소한 리드를 내줬다. 원정서는 2무 3패로 기나긴 무승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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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이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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