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우리에게 했던 것과 같이 완벽하게 복수할 것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새벽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서 0-1로 패배했다.
한국은 이로써 이란 원정에서 지난 1974년 아시안게임서 0-2 패배를 맛본 뒤 2무 3패의 저조한 성적표를 남겼다. 한국은 이란에 골득실에 앞선 채 1위를 유지했지만 이날 패배로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독일 분데스리가서 한창 주가를 올리며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20, 함부르크)은 경기 후 인터뷰서 "원정경기서 최선을 다했지만 승점을 얻지 못했다. 오랜만에 A대표팀 경기를 치렀는데 패배를 당해 상당히 아쉽다"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해발 1273m의 고지대에 10만 관중을 수용하는 아자디 스타디움이 꽉 들어찼다. 한국 선수들을 향해 귀가 아플 정도의 야유가 쏟아졌다. 손흥민은 "원정경기다보니 이란의 극성 팬들이 강하게 어필한거 같다"며 "우리가 이런 것에 대해 세밀하게 준비를 하지 못했다. 10만 관중이 소리를 지를 때 의사소통이 잘 안돼 불편한 점이 있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국은 후반 초반 상대의 퇴장으로 숫적 우세를 점하고도 선제골을 넣지 못하며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하바드 네쿠남에게 일격을 당한 뒤로는 좋았던 흐름마저 급격히 꺾였다. 손흥민은 "이란이 퇴장을 당하고도 수비 조직이 좋았다"며 "이란 홈이고 약팀이 아니기 때문에 선제골을 넣자 분위기가 살았다. 그래서 우리의 분위기를 살리기가 더욱 어려웠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듬해 6월 18일 최종예선 마지막 상대로 안방에서 이란을 맞는다. 설욕을 다짐할 수 있는 기회다. 손흥민은 "원정에서 패배를 당해 아쉽지만 내년에 하나같이 똘똘 뭉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며 "이란이 우리에게 했던 것과 같이 완벽하게 복수할 것이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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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이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