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우승 청부사' 한화 김응룡(71) 감독이 본격적으로 훈련 지휘를 시작했다. 지난 15일 취임식 이후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진 김 감독은 이틀째가 된 16일에는 선수들의 그라운드 훈련을 직접 지켜봤다. 맨 처음에는 덕아웃에 위치해 있었지만 이내 그라운드와 관중석을 넘나들었다. 눈은 항상 그라운드의 선수들을 향해있었다.
유니폼은 입지 않았지만 한화 오렌지 모자에 검정 바지와 검정-주황 바탕의 점퍼를 착용한 김응룡 감독은 영락없는 한화 감독이었다. 두 손을 점퍼 주머니에 넣은 채 내야에서 외야 그리고 관중석으로 올라가 지켜보기도 했다. 훈련 중반부터는 덕아웃 감독석 의자를 백네트 옆쪽으로 가져왔다. 선수들의 훈련을 바로 뒤에서 앉아 지켜봤다.

언제 어디서든 김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선수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배팅 케이지 근처에서는 이날부터 합류한 김성한 수석코치가 쉴새 없이 열성적으로 지도했다. 그라운드에서는 김성한 수석, 백네트 바로 옆쪽에서는 김응룡 감독이 지켜보고 있으니 선수들로서는 한 눈 팔거나 딴짓할 여유가 없었다.
의자에 앉자 김응룡 감독 특유의 모습이 나왔다. 한 쪽 다리를 나머지 다리 위에 올리고, 허리는 최대한 의자 뒤로 기댔다. 과거의 해태와 삼성 시절 덕아웃에서 취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8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김 감독만의 자세는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선글라스를 꼈지만 그 안으로 선수들의 자세를 모두 들여다봤다.
백네트 옆 공간의 김 감독은 "여기 앉으면 안 되나. 덕아웃도 좋지만 여기가 더 좋아. 여기 있으면 선수들이 뭐 하는지 다 보여"라며 껄껄 웃었다. 유니폼을 입지 않은 이유로는 "훈련 첫 날부터 유니폼 입고 왕왕거리면 선수들이 겁먹을까봐 그랬다"는 농담을 던졌다. 해태 시절을 연상시키는 검정색 점퍼에 대해서도 "나는 덩치가 좋아서 뭘 입어도 다 어울려"라며 웃어보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일절 말을 걸지 않았다. 중간 중간 김성한 수석을 불러 간단한 지시 사항을 전달했을 뿐이다. 김 감독은 "나는 원래 훈련을 지휘하지 않는다. 코치들이 알아서 다 시키지 않나. 감독은 그저 지켜 보기만 하면 된다"며 "김성한 수석은 해태 시절부터 오랫동안 함께 했다. 내 스타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믿고 맡긴다"는 말로 김성한 수석코치를 신뢰했다.
이날 훈련은 오전 10시에 시작돼 오후 3시가 안 돼 끝났다. 5시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훈련 집중도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훈련을 마친 뒤 김 감독은 코치들과 이야기하며 선수단 파악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피닉스 교육리그에서 호투하고 있는 좌완 윤근영에 대해 궁금해 했고, 포수 포지션에 대한 보고도 받았다. 김 감독의 본격적인 한화 선수단 파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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