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명색이 프로야구 구장인데 114m라는 게 말이 돼?".
'우승 청부사' 한화 김응룡(71) 감독의 첫 번째 개혁 대상은 선수들이 아니라 경기장이었다. 한화가 홈으로 쓰는 대전구장을 바뀌어야 할 첫 번째 요소로 지적한 것이다. 이미 지난 10일 대전구장 첫 방문 때부터 "펜스를 뒤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한화 구단도 대전광역시와 협의, 조속하게 대전구장 펜스를 뒤로 미루며 확장하기로 했다.
대전구장은 좌우 거리는 97m로 다른 구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중앙 거리가 114m로 매우 짧다. 잠실구장(125m)에 비하면 11m 더 짧다. 문학·대구·광주구장이 120m이고, 사직·목동구장도 118m. 대전구장보다 중앙 펜스가 짧은 곳은 한화가 제2의 홈으로 쓰는 청주구장으로 겨우 110m에 불과하다. 한화는 국내에서 가장 짧은 두 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언제나 홈런에 노출돼 있다. 올해 한화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106개 홈런을 맞았다. 특히 대전·청주 홈경기에서 72개를 허용했다. 전체 피홈런의 67.9%. 홈경기가 67경기로 원정경기(66경기)보다 고작 1경기 더 많이 했는데 홈런은 압도적으로 많이 맞았다.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화는 통산 피홈런이 3112개로 가장 많다. 유일한 3000피홈런 팀이다.
지난 16일 마무리훈련 중 대전구장 중앙 펜스 쪽을 둘러본 김응룡 감독은 "이렇게 좁은 구장에서 투수가 어떻게 제대로 던질 수 있겠나. 투수들이 벌벌 떨 수밖에 없는 구장이다. 예전부터 그렇게 느꼈다"며 "114m밖에 안 되는 구장이 어디있나. 청주구장은 말할 것도 없다. 잠실구장처럼 125m는 되어야지 선수들이 제대로 뛸 수 있다. 한화가 그동안 성적이 나지 않은 것도 대전구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투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응룡 감독은 한화 특유의 엉성한 수비도 결국 경기장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감독은 "구장이 작으니까 선수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없다. 대전구장은 다른 곳보다 펜스가 짧아 외야수들의 움직임에서 두세 걸음씩 차이가 난다"며 "이런 차이가 크다. 외야에서 엉뚱하게 공을 놓치거나 중계 플레이가 제대로 안 되는 것도 다 대전구장에 적응된 영향이다. 괜히 엉뚱한 플레이 나오는 게 아니다"고 분석했다.
김 감독은 '대전구장을 확장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125m는 되어야.하는데…"라며 더 크게 확장됐으면 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만약 구장을 확장할 경우 타선의 장타력 감소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지금 팀에 멀리 칠 수 있는 장타자가 얼마 없다. 김태균도 거포는 아니다. 어차피 홈런을 치는 건 상대와 같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보다 투수의 심리 안정과 외야 수비의 활동 범위를 중요시했다.
대전구장의 펜스 확장에 선수들도 반색했다. 한 투수는 "대전구장의 펜스 거리가 짧아서 홈런에 대한 부담이 컸다. 2~3m 차이가 정말 크다. 단순히 거리의 차이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느끼는 압박감도 무시 못한다. 이제라도 구장이 커지게 돼 다행"이라고 반색했다. 김응룡 감독 아니라면 누구도 쉽게 제기할 수 없고 해소할 수 없었던 문제. 김 감독은 "아니, 명색이 프로야구 경기장인데 114m라는 게 말이 돼? 할 말은 해야지"라고 했다. 부임과 함께 한화에 무섭게 번지고 있는 '김응룡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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