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이란 원정 승리를 통해 브라질월드컵 본선행 조기 확정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던 최강희호의 꿈이 와르르 무너졌다.
‘애제자’ 이동국을 제외한 채 손흥민(함부르크)과 박주영(셀타비고) 등을 불러들이며 야심차게 이란 원정을 떠났던 최강희호가 17일(한국시간)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서 벌어진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에 10명이 싸운 이란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사실 비기기만 해도 소득이 있는 경기였는데, 후반 상대가 한 명 퇴장당하며 승리까지 기대하게 했지만 승점 3점은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은 홈팀 이란의 몫이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이 밝힌 것처럼 이란을 상대로 경기력 자체가 그렇게 나빴던 건 아니었다. 특히 전반에는 ‘전문 키커’ 기성용(스완지시티)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앞세워 세트피스 상황에서 여러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또 그런 장면들이 있었기에 전반 골대를 강타한 김보경(카디프시티) 곽태휘(울산)의 결정적인 헤딩슛 2방도 가능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그것이 전부였다. 2번의 헤딩슛을 제외하곤 대표팀은 경기 내내 이렇다 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수들간의 약속된 플레이는 실종됐고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1대1 찬스를 만들어내는 장면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측면 공격을 중심으로 좌우 미드필더들의 크로스나 세트피트 시 기성용의 킥에 의존해 문전으로 공을 띄울 뿐 전방으로 연결되는 킬패스는 자취를 감추었다.
대표팀의 공격노선이 측면으로 치우치다 보니 장신의 김신욱(울산)은 위협적이었지만 박주영, 손흥민 등은 경기 내내 제대로 된 찬스 한 번 잡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했다.
물론 대표팀은 이란을 상대로 측면 위주의 공격만으로도 충분히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만 성공시켰다면 승리도 가능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이란 현지에 도착해 1주일 넘게 손발을 맞췄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처럼 측면 위주의 단순한 플레이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기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이번 이란전은 점점 대표팀에서 실종되가는 킬패스와 이를 찔러 넣어줄 수 있는 실종을 전문 자원의 부족을 확연히 드러낸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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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이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