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대로 경기 감각이 발목을 잡았다. 소속팀에서 벤치워머로 시간을 보내야했던 이청용(24, 볼튼)과 김보경(23, 카디프시티)은 안타깝게도 저하된 경기 감각을 극복하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 이란 원정에서 후반 30분 자바드 네쿠남에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경기 내내 이란을 압박하며 일방적인 우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결과가 0-1 패배였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비록 골득실 차로 여전히 조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거센 추격을 뿌리치기 쉽지 않게 됐다.
후반 10분 이란의 마수드 쇼자에이가 퇴장 당하면서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팀은 패하고 말았다. 쇼자에이의 퇴장으로 수적우세를 가졌지만 대표팀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수비에서 김신욱(울산)까지 곧바로 이어주는 롱볼이 공격 패턴의 중심이 되면서 박주영(셀타 비고)은 기대한 만큼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상의 원톱으로서 위치선정과 볼 배급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최전방 공격수에게 필요한 단 한 방이 없었다.
양쪽 날개는 더욱 심각한 모습이었다. 최강희호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는가 싶었던 이청용-김보경은 이날 교체투입됐다. 소속팀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를 지키며 경기 감각이 저하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특유의 개인기나 창의적인 공간 창출, 여유로운 볼 키핑 등 이청용과 김보경이 자랑하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측면에서의 침투로 상대 수비진을 휘저어놓았어야 할 두 명의 날개가 둔한 모습을 보이자 최강희호의 공격 패턴은 더욱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축구의 강점인 측면이 살아나지 못한 것은 커다란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두 사람은 경기 감각이 떨어져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받아왔다. 하지만 수비진의 테스트를 위해 새로운 선수 비중을 과감히 늘린 최강희호에서 오랜 시간 좌우 날개로 호흡을 맞춰왔기에 이청용과 김보경마저 제외한다는 것은 모험 그 자체였다. 그래서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은 다음 해 3월까지 월드컵 최종예선 휴식기를 갖게 됐다. 원정 2연속 무승(1무 1패)의 아쉬움을 안게 된 최강희호가 약 5개월의 시간 이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될 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좌우 날개가 더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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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이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