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코요테 멤버이자 방송인 김종민이 KBS 2TV ‘승승장구’에 출연해 자신의 가족사와 함께 현재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 안방을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바보로 불려도 꿋꿋하게 걸어온 예능인으로서의 13년. 자신을 꼴찌로 지칭한 그는 ‘모든 것엔 존재이유가 있다’는 철학을 드러내며 노래하고 춤추는 가수활동의 끈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밝히는, 현명하고 행복한 사나이였다.
김종민은 16일 오후 방송된 KBS 2TV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하자마자 겸손한 모습을 드러냈다. ‘승승장구’ 제작진의 출연 제의에 ‘내가 왜?’라는 생각부터 먼저 하게 됐다는 김종민은 이번 방송에서 자신의 숨겨놨던 가족사를 풀어냈다. 김승우, 이수근 등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함께한 동료들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는 “아버지가 20년 넘게 하시던 택시 운전을 정리하시고 바다 앞 횟집 개업을 준비하셨는데 밀물 때 주차하시다가 그만 사고가 나 돌아가셨다. 당시 열여덟 살이었다"면서 집안의 가장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공개했다. 이에 생계를 위해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는 김종민은 "춤을 추면서 돈을 벌었고 첫 월급이 4만원이었다. 솔직히 내 생활비를 할 정도 밖에 안됐다”면서 “월급이 적어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 공사장도 많이 갔고 달력공장, 시계공장, 웨이터 등도 했다"면서 반성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이었지만 자신의 상처 치유가 먼저라고 생각해 그 돈을 오롯이 혼자 썼다는 것이 반성의 이유. 김종민이 고등학생이 감당하기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음을 솔직하게 말하자 MC들은 당황했고, 하지만 김종민은 솔직한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철이 없어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하고 반항심에 어머니께 대들기도 했다"면서 부끄러운 질풍노도의 시기를 고백하며 고등학교 졸업이후 엄정화와 함께 활동할 무렵부터 철이 들었음을 고백했다.
자기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자기반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 김종민의 감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이 군복무를 마치고 ‘1박2일’에 다시 합류한 직후 ‘하차 서명운동’과 관련해서도 아팠던 상처를 내보이며 그는 한층 성장했음을 밝혔다. 모든 스케줄을 정리하고 ‘1박2일’ 하나에만 올인했다는 그는 ‘단 한 번만 웃기자’, ‘단 10초라도 웃기자’ 등의 마음을 가지고 방송에 임했고, ‘1박2일’에 누가 될까봐 사생활까지 깨끗하게 정리했다고 말해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방송 말미 김종민의 철학이 드러나면서 그의 바보 같지만 바보가 아닌 그의 진실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예능인으로 10년 이상을 버텨왔음을 상기하면서 “제가 1등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창피한 것도 아니고, 저는 창피하지 않다. 열심히 하면 조금 조금씩 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또한 김종민은 밝게 웃으며 “솔직히 꼴찌가 좋다. 꼴찌가 돼서 ‘꼴찌도 살아갈 수 있구나’를 보여 드릴 수 있는 것 아니냐. 다양한 것, 공부 잘 하는 사람만 잘 사는게 아니라 다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슬럼프 때 동물을 보고 많이 느꼈는데 얘네가 다 필살기가 있더라. 모든 존재하는 것들엔 이유가 있다. 아직 그 이유를 못 찾았을 뿐이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살았다”고 말해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몰래온 손님으로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1박2일’ 최재형 PD 역시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고, 그는 김종민을 ‘1박2일’의 박지성으로 지칭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김종민 씨가 나오는 촬영 테이프를 보면 오디오가 비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 김종민의 노력과 땀이 연출자에게도 빛나 보였던 것.
마지막으로 김종민은 ‘나에게 쓰는 편지’를 통해 “종민아. 너에게는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잘 버틴 것 같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네가 버틴 게 아니야. 시청자 분들이 버티고 봐 주신거지. 꼭 당당했으면 좋겠어. 종민아, 남자가 되자!”라고 자기회고적인 얘기를 풀어내 마지막까지 감동을 줬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김종민 안 그래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방송보고 감동받았다”, “오늘 방송중에 명대사 많았어요. 꾸밈 없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김종민 바보 아닌 천재다. 그리고 이제 꼴찌여도 좋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종민이 출연한 ‘승승장구’의 시청률이 깜짝 상승하며 제작진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17일 오전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승승장구’는 전국 기준 9.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동시간대 1위의 기록으로 지난 방송분보다 1.9%P나 상승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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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