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텃세' 이란, 하나부터 열까지 눈살 찌푸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10.17 13: 00

이란의 홈 텃세가 하나부터 열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새벽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서 0-1로 패배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74년 아시안게임서 0-2 패배를 맛본 뒤 이날 패배까지 이란 원정에서 무려 38년 동안 승전보를 울리지 못했다. 2무 3패의 저조한 성적표다. 이란과 승점이 같아진 한국은 골득실에 앞선 채 간신히 1위의 명맥을 이어갔다. 본선행의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이란의 상식 밖의 홈 텃세는 하나부터 열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찌감치 고지대에 적응하고자 했던 최강희호는 이란의 비협조 속에 당일 아침이 돼서야 비자를 발급 받는 촌극을 펼친 끝에 지난 8일 저녁 이란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어렵사리 이란 땅을 밟았지만 수난은 계속 됐다. 홈팀 이란은 원정팀 한국에 제대로 된 훈련장을 내주지 않았다. 철저한 홈 텃세였다. 훈련장을 3번이나 옮겨다닌 최강희호는 현지 적응에 심히 애를 먹었다. 그마저도 조명 시설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잔디 또한 엉망이었다.
공사중이라던 국립 아카데미 훈련장은 이란 축구 대표팀이 버젓이 사용하고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이란이 원정올 때 한강 시민 공원에서 훈련하게 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홈팀의 우선 선택권을 이용해 전통의 하얀색 유니폼을 입는 대신 한국을 상징하는 빨간색 유니폼을 선택했다. 이란이 홈에서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클라이막스는 아자디 스타디움에 빽빽이 들어찬 10만 관중이 장식했다. 이들은 엄청난 야유와 환호를 동시에 쏟아냈다. 한국이 코너킥과 프리킥을 찰 때면 경기장은 떠나갈 듯한 소음으로 가득했다. 반면 이란이 기회를 잡게 되면 열띤 환호와 응원의 함성을 내질렀다.
이란 선수들도 텃세에 한 몫을 했다. 시종일관 거칠고 더티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백태클을 일삼던 이란은 결국 후반 10분 마수드 쇼자에이가 경고 누적으로 레드 카드를 받았다. 하바드 네쿠남의 선제골이 터진 뒤로는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침대 축구의 전형을 보였다.
이란 원정에서 네쿠남이 말한 것과는 전혀 다른 지옥을 맛봤다. 경기장 안팎의 잡음 정도가 도를 지나쳤다. 한국이 치를 떨며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이유다. 이날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던 김신욱은 "전쟁보다 더 험악하게 복수하겠다"며 이를 갈았고, 손흥민도 "이란에 당했던 것처럼 완벽히 복수할 것이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한국은 이듬해 6월 18일 안방에서 이란과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홈 텃세를 되갚아 줄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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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이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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