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이 세리머니가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포스트시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양 팀 선수들이 벌이는 신경전이다. 올해는 각종 세리머니로 표출되고 있는 신경전, 이미 두산과 롯데는 준 플레이오프에서 이른바 '오재원 세리머니'로 한 번 충돌했다. 4차전 동점득점을 올린 후 손아섭이 보여줬던 세리머니가 대표적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SK와 롯데 양 팀은 세리머니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SK 선발 김광현(24)은 6이닝동안 무려 탈삼진 10개를 잡으면서 5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최고구속 152km의 직구에 특유의 고속 슬라이더, 투심 패스트볼 조합으로 롯데 타선을 잠재웠다. 그리고 이닝을 끝낸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옆으로 뛰어가는 특유의 세리머니도 그대로였다.

여기에 동갑내기 손아섭(24,롯데)이 발끈했다. 손아섭은 김광현을 상대로 3타수 2안타(2루타 2개) 1타점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그렇지만 4회 김광현의 머리 높이로 오는 유인구에 속아 헛스윙 삼진을 당하기도 했다. 17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손아섭은 "광현이가 세리머니를 크게 하더라. 그래서 속으로 '너가 세리머니를 못 하게 해 주겠다'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래서 삼진을 당했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바로 다음 타석에서 손아섭은 동점 2루타를 기록, 설욕에 성공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이것 봐라. 나도 그대로 세리머니를 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나섰다"고 말한 손아섭은 "직전 타석에서 직구로 삼진을 잡았으니 광현이가 또 직구를 던질 것이라고 생각해 준비를 했는데 2루타가 나왔다. 곧바로 설욕했다"고 만족스럽게 설명했다.
손아섭은 포스트시즌에서 상대편이 세리머니를 하는 건 전혀 기분나쁜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재원이 형도 그렇고 광현이도 그렇고 세리머니를 크게 한다고 해서 기분이 나쁜 게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한 손아섭은 "그렇지만 큰 경기에서는 그냥 두면 기세싸움에서 지는 것이다. 우리 팀도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내가 막내라서 나서는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끝으로 손아섭은 "오늘도 세리머니를 할 상황이 왔으면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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