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도시', 너무 현실에 초점 맞췄나..긴장감 '아쉽네'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10.17 17: 37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려 했던 노력 때문일까. 어느샌가 타락해버린 우리 사회의 정곡을 찌르고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스크린에서 펼쳐지지만 극적인 긴장감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17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영화 '비정한 도시'는 '우리 모두가 가해자일 수도,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문구가 와닿을 정도의 리얼리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이내 느슨해진 전개로 극적 긴장감을 약화시킨다.
총 열가지의 에피소드가 얽히고 설켜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비정한 도시'는 불어난 사채로 인해 신체포기각서를 쓰는 김대우(김석훈 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췌장암 말기인 아내 홍수민(서영희 분)의 병원비를 위해 불가피하게 변사채(이기영 분)으로부터 사채를 빌린 뒤 이자를 갚지 못해 신장을 적출당할 위기에 처한 것.

이후 밤거리를 배회하던 김대우는 우연히 고교생을 치고 뺑소니 친 돈일호(조성하 분)의 택시를 목격하고 다음 날 아내의 자살시도에 충격받은 김대우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일호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김대우의 협박으로 인생 최악의 위기에 처한 돈일호는 우연히 택시에 탄 변사채의 아내 오선정을 납치하게 되면서 점차 인생의 밑으로 가라앉게 된다.
대략의 줄거리만 봐도 파악할 수 있듯 '비정한 도시'는 충분히 우리 사회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법한 이야기들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
힙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팍팍한 삶과 불륜, 장기매매, 악덕 사채, 자살, 집단 따돌림 등 실제 현실에서도 접할 수 있는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우리 사회를 얼만큼 비정한 도시로 만들고 있는지를 파헤치는 것.
그러나 리얼리티가 높을수록 극적인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사건과 사건, 인물과 인물 간에 형성되는 긴장감은 사건 발생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약화돼 아쉬움을 남긴다. 이 사람은 어떻게 될까, 이 사건은 어떻게 흘러갈까에 대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긴장감이 떨어진다.
이는 아마도 10가지의 이야기를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안에 다 담아내려 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어느 하나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채 여러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말이다.
하지만 주연배우 조성하가 밝혔듯 각각의 사건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그 조각들을 따라가며 본다면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로서는 훌륭하다. 게다가 영화 '부러진 화살'을 비롯한 '남영동 1985', '26년' 등 사회고발영화들이 속속 등장하는 국내 극장가에서 '비정한 도시' 역시 우리 사회에 일침을 날리는 하나의 영화로 기억될 듯하니 이러한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싶다.
한편 지난 2005년 90만 원의 제작비로 제작한 단편영화 '헬프 미(Help me)'로 다수의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김문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비정한 도시'는 오는 25일 개봉 예정이다.
trio88@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