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롯데)이 악역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상황이 흡사 톰과 제리의 싸움처럼 물고 물리는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송승준은 잡으려 했고 최정(SK)은 이를 피해 도망가려고 사력을 다했다. 2루를 둘러싼 송승준과 최정의 싸움이 긴장감 넘치는 경기에 양념을 쳤다.
두 선수는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맞닥뜨렸다. 송승준은 롯데 선발투수로, 최정은 SK 3루수 및 3번 타자로 출장했다. 양 팀의 키 플레이어들이었다. 기세는 최정이 먼저 올렸다. 1회 1사 1루 상황에서 송승준의 커브를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2점 홈런을 때렸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4회부터였다. 최정은 4회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SK는 이만수 감독이 공언한대로 ‘그린라이트’가 걸려 있다. 올 시즌 20개의 도루를 기록한 최정이 벤치 사인 없이 호시탐탐 2루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견제가 뛰어난 송승준의 저지도 만만치 않았다. 집요하고도 날카로운 견제였다.

송승준은 빠른 퀵모션으로 최정의 발을 묶었다. 1루측 SK 팬들의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도루 스타트를 끊기 어려웠다. 공교롭게도 최정이 뛸 때는 계속 파울이 나왔다. 결국 후속타자인 이호준 박정권 김강민이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끝내 2루에 가지 못했다. 2사 김강민의 타석에서는 피치 아웃까지 나왔다. 첫 대결에서는 송승준이 최정을 잡았다.
두 번째 라운드는 6회였다. 최정이 좌전안타로 출루하며 또 포문을 열었다. 다시 송승준과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타자 이호준만큼이나 주자 최정에도 신경을 썼다. 최정은 송승준의 견제를 피해 5구째 과감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이에 대비한 강민호의 송구가 2루에 도달하며 아웃 타이밍으로 보였다.
그러나 2루수 박준서가 마지막 순간 공을 떨어뜨리며 최정이 살았다. 어쨌든 기어코 2루까지는 가는 데 성공한 최정은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송승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루에 있는 최정에 또 견제 모션을 취하며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결국 최정은 조인성이 바뀐 투수 정대현을 상대로 날린 좌중간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죽어라 고생한 보람을 찾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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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