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2] '시즌 3볼넷' 정훈, 기적의 선구안 빛났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17 22: 32

올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100타석 이상 들어갔던 타자 가운데 가장 볼넷-삼진 비율이 나빴던 선수가 내야수 정훈(25)이었다. 내야 백업유틸로 78경기에 출전하면서 많은 기회를 받은 정훈은 장타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약점은 선구안이었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총 203타수에서 얻은 볼넷은 단 6개다.
올해도 정훈은 137타석에서 42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단 3개의 볼넷밖에 얻지 못했다. 신고선수로 롯데에 입단, 이제는 1군에 단골로 올라올 정도로 자리를 잡은 정훈이지만 선구안은 쉽게 향상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정훈은 준 플레이오프에서 1타수 무안타만을 기록했다. 그리고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조성환을 대신해 6회 대타로 출전, 김광현으로부터 볼넷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볼넷 이후 손아섭의 2루타가 터져 롯데는 동점을 이루는 데 성공했었다. 비록 1-2로 패배한 롯데지만 정훈의 침착한 볼 고르기로 득점을 올린 게 위안이었다.

정훈의 선구안은 2차전에 더욱 빛났다. 이날 정훈은 7회 조성환의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4-4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롯데는 10회초 2사 2,3루 기회를 맞았다. 김주찬을 상대로 SK는 고의4구 작전을 택했다. 바로 다음 타자가 정훈이었고 정우람의 제구력을 믿은 선택이었다.
2사 만루, 올해 정우람은 49이닝동안 볼넷을 단 9개만 허용할 정도로 정교한 제구를 뽐내는 투수다. 여기서 정훈은 침착하게 정우람을 상대로 볼 3개 연속을 골라냈다. 이후 정우람의 4구가 높은 곳에 들어와 스트라이크로 선언, 정훈은 숨을 골랐다. 그리고 5구, 정우람의 몸 쪽 낮은 직구를 골라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롯데의 5-4 역전승을 이끈 선구안이었다.
정훈은 보란 듯 롯데 쪽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를 지른 뒤 망연자실한 채로 서 있는 정우람을 뒤로 한 채 1루로 향했다. 시즌 3볼넷, 그러나 플레이오프 들어 결정적인 순간 2개의 볼넷을 얻어낸 정훈은 눈으로 롯데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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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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