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플레이오프 MVP, 롯데 자이언츠 정대현(35)이 친정팀과의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에서 혼쭐이 났다.
정대현은 17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1-2로 끌려가던 6회말 1사 1,2루에 등판한 정대현은 첫 타자 김강민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실점 없이 1승 2세이브로 13년 만의 롯데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를 이끌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다음 타자 조인성을 넘지 못했다. 롯데는 당겨치는 조인성을 겨냥, 수비수들의 위치를 왼쪽으로 이동시켰지만 정대현의 커브가 한 가운데 몰리며 좌익수와 우익수 사이를 갈랐다. 쐐기 2타점 2루타를 허용한 것이다. 흔들린 정대현은 대타 이재원에까지 볼넷을 내줬고, 결국 롯데는 더 이상 정대현을 끌고 갈 이유가 없어지자 이명우를 투입했다.

이명우가 다시 대타 모창민에 안타를 맞았지만 중견수 전준우의 정확한 송구로 정대현이 출루를 허용한 주자 조인성을 잡아내 정대현의 실점은 없었다. 이후 롯데는 7회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10회 결승점을 내 5-4로 역전승을 거뒀다. 정대현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린 결과다.
이날 승부처에서 정대현이 투입될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전날 1차전에서 롯데는 1-1로 맞선 6회 1사 1루에서 호투하던 유먼을 내리고 김사율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김사율은 2사 3루에서 박정권에 결승타를 얻어맞아 롯데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한 야구 해설위원은 당시 교체를 두고 "차라리 롯데에서 가장 강판 불펜인 정대현을 넣는 게 좋지 않았나"라는 사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기에 6회말 정대현의 투입 자체는 정상적인 판단이었다. 다만 교체가 실패로 돌아갔을 뿐이다.
포스트시즌에서 무적이었던 정대현이 한 번 공략당하며 롯데는 고민을 안게 됐다. 주전 마무리였던 김사율까지 컨디션이 내려간 상황, 게다가 정대현은 정규시즌에서 기록한 단 2실점 모두 SK전이었다. SK와의 플레이오프 기간동안 정대현의 투입 시점을 고민 할 수밖에 없다.
경기 후 양승호 감독은 "정대현이 맞는 순간 힘들다고 봤는데 역전해서 다행"이라며 "정대현도 맞을 수 있다. 조인성이 언더핸드 볼을 잘 치는데 커브가 좀 몰린 것 같다"고 정대현의 투구를 평가했다.
이어 향후 SK와의 시리즈에서 정대현의 기용법을 묻자 양 감독은 "정대현 기용은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 다만 다음 경기부터는 신중하게 투입 시점을 조절할 것이다. 마침 정대현이 점수를 내준 게 모두 SK전이다. 정대현이 전 소속팀을 딛고 일어나야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처럼 정대현은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나올 전망이다. "김사율의 컨디션이 많이 안 좋다는 보고를 불펜에서 받았다. 그래서 김성배를 오래 끌고갔다"고 말한 양 감독은 "승부처에서 정대현이 들어갈 것"이라고 못박았다. 비록 SK전에서 약했지만 과거 SK '벌떼야구'를 이끌며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정대현이다. 정대현의 SK 극복 여부, 롯데의 가을야구 분기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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