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했던 예전 타격은 나오지 않지만 더욱 끈끈한 야구로 플레이오프를 원점으로 돌렸다. 롯데 자이언츠는 17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0회 나온 정훈의 결승 밀어내기 볼넷으로 5-4, 한 점차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맞춘 롯데는 홈으로 이동,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노린다.
이날 롯데는 1회 최정에 투런포를 허용했고 이후 1-2로 따라간 6회 믿었던 정대현이 2타점 적시타를 두들겨 맞아 분위기가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롯데는 끈질기게 SK를 물고 늘어졌다. 7회 상대 실책을 엮어 잡은 기회에서 3점을 올려 동점을 만들었고, 마운드에서 김성배가 숱한 위기를 넘기는 동안 연장 10회 결승점을 올려 역전승을 완성했다.
특히 롯데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4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작년 SK와의 플레이오프 때는 3패 가운데 2패가 역전패였다. 분위기를 많이 타는 팀이 롯데, 예전 같으면 자멸했을 상황에서도 끝까지 상대의 헛점을 파고들어 기어이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 한 번에 뒤집은 경기는 없었다
롯데 역전승의 시작은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 1차전이었다. 앞서던 롯데는 5회 실책으로 역전을 허용했고 7회 쐐기 점까지 내줘 어려운 경기를 벌였다. 여기서 8회 박준서의 동점 홈런이 터졌고 연장 10회 역전승을 완성했다. 준 플레이오프 2차전 역시 노경은에 묶여 끌려가다 문규현의 동점 적시타가 터진 게 7회, 결국 용덕한의 9회 결승포로 승리했다.
준 플레이오프 4차전은 더욱 극적이었다. 0-3으로 끌려가 패색이 짙던 8회 연속안타와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다시 연장 10회 양의지의 끝내기 실책으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도 후반전인 7회 경기에 균형을 맞췄고 연장승부 끝에 이겼다.
공통점은 한 번에 뒤집은 경기는 없었다는 점이다. 모두 동점까지 만든 뒤 결승점을 냈다. 한 번 분위기를 잡으면 경기를 뒤집지는 못해도 최소한 놓치지 않아 역전까지 가능했다. 또한 경기 막판 동점을 만들었다는 점도 의미 있다. 저력의 롯데, 강해진 롯데를 실감하게 한다.

▲ 두산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 후 롯데 양승호 감독은 "감독이 봤을 때 예전에는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포스트시즌 와서는 포기를 하지 않고 끝까지 달라 붙는다"면서 "박희수와 정우람 공략법은 선수들에게 칠공과 안 칠공을 따로 주문했는데 선수들이 집중을 하며 의지 있게 잘 따라줬다. 지난 4년 동안 1라운드에서 계속 탈락하며 선수들의 의욕도 강해졌다"고 말했다.
사실 선수들은 SK와의 플레이오프 들어 부담감이 심해졌다 한다. 조성환은 "홍성흔 선수 말로는 젊은 선수들이 두산과 준 플레이오프 때 즐기는 모양이었는데 어제 경기부터 다시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홍성흔 선수가 후배들에게 '잠실에서 경기 할 때처럼 상대를 의식하기 보다는 우리가 우리 플레이에 집중하고 즐기자'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작년 SK와의 플레이오프가 아직 기억 속에 있기 때문에 롯데 선수들은 부담감 속에서 경기를 벌였다. SK를 상대로 느끼던 부담감까지 날려버릴 수 있었기에 역전승이 더욱 의미 있다.
▲ 강해진 불펜, 역전승의 발판
올해 타격이 약해진 롯데지만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자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손아섭은 "큰 게임은 마운드 싸움이다. 올해 불펜이 좋아졌으니 예전보다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 롯데는 강력해진 불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4번의 역전승은 모두 동점을 이룬 후 나온 것이다. 일단 롯데는 동점을 만든 후 상대에 추가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키는 야구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플레이오프 2차전 영웅은 김성배, 그는 동점이던 7회 1사 3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고 9회엔 1사 1,2루 위기를 다시 틀어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게다가 이날 승리가 믿었던 정대현이 무너진 뒤 나온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정대현과 김사율이 등판하지 않았음에도 롯데는 7회부터 10회까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정신적 보루였던 정대현이 포스트시즌 들어 처음으로 공략 당했지만 불펜 투수들은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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