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날벼락이다. 다음 시즌 내야 멀티 플레이어로서 기대가 컸던 선수의 전열 이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구단의 상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즌 전부터 주축 투수들의 이탈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LG 트윈스의 2012년 수난은 너무도 뼈아프다.
지난 17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강남의 칼부림 사건. 이 사건으로 가수 쿨 김성수의 전처 강모씨(36)가 사망한 가운데 지난 3일 경찰청을 제대해 팀의 마무리 훈련 일정을 기다리던 LG 내야수 박용근(28)도 여기에 휘말려 중태에 빠지고 말았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 가족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이 일을 알았다. 17일 낮 병원서 수술을 받은 상태며 병원 측에서는 수술 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박용근은 복부와 옆구리에 창상을 입었다.
이어 관계자는 “정확한 부상 정도는 아직 모르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2010년 말 경찰청 입대 전까지 박용근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올 시즌 경찰청 소속으로 70경기 2할8푼3리 1홈런 28타점을 기록한 박용근은 김기태 감독의 다음 시즌 내야 구상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선수다.

그러나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사태로 인해 팀의 다음 시즌 구상도는 물론이고 박용근의 선수생활 지속 여부도 미궁에 빠진 상태. 하필이면 이 사태가 시즌 전 우완 박현준-김성현을 경기조작 사태로 잃은 LG에 파급효과를 미쳤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울 노릇이다.
올 시즌 전 LG는 지난해 13승을 올린 젊은 에이스 박현준과 넥센과의 2-2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우완 유망주 김성현을 경기조작 사태로 인해 잃고 말았다. 둘 모두 올 시즌 LG의 선발 구상도에 포함되어 있던 만큼 이는 가뜩이나 수심 깊던 LG의 전력을 더욱 약화시켰다.
시즌 중반 연패에 빠지는 과정에서 김 감독은 “박현준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연패 스토퍼로서 충분한 실력을 지닌 선발이자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를 짊어질 만한 잠재력을 갖춘 실력파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젊은 에이스는 신기루가 되어 사라지는 비극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박용근의 사고로 인해 LG는 비통에 빠졌다. 제대 후 인사를 왔던 박용근에 대해 김 감독은 “내년 시즌 내야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내야수 윤진호가 상무 입대 예정이고 FA 자격을 재취득한 주전 3루수 정성훈의 잔류 협상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박용근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일단 지금 상황에서 LG가 바라는 것은 박용근의 쾌유다. 그러나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흉기로 인해 목숨을 잃을 뻔한 변을 당하고 말았다. 경기조작으로 인한 주축 투수들의 이탈로 개운한 전지훈련을 치르지 못했던 LG가 시즌 후에도 비운으로 인해 눈물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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