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기다리고 있겠다는데요”
조동화(31·SK)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동생인 조동찬(29·삼성)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면서다. 두 선수는 야구판 제일의 형제애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통화도 자주한다. 조동화는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얼마 전 통화에서 동생이 ‘한국시리즈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라고 하더라. 우리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나보다”라고 웃었다.
조동화와 조동찬은 이미 2010년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주전보다는 백업의 위치였다. 그라운드 위에서 직접적인 경쟁이 어려웠다. 때문에 올해는 주전으로 만나자는 것이 목표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조동찬이 먼저 형을 압박 중이다. 조동화는 “플레이오프에서 잘해서 둘 다 주전으로 가을잔치를 해보자고 하더라”며 형제의 꿈을 드러냈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조동화(31·SK)의 별명은 그 유명한 ‘가을동화’다. 가을에 워낙 특출난 활약을 펼쳐 붙은 별명이다.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295) 이상의 강한 인상을 심었다. 결정적인 순간 장타를 날렸고 호수비로 팀을 구해내기도 했다. 가을의 작은 거인으로 손색이 없었다. 지난해는 무릎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지만 지난 9월 복귀 후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조동화는 “9월에는 좋았는데 10월에는 조금 좋지 않았다. 9월 만큼의 감은 아니다”라면서도 “청백전과 연습경기를 통해 감을 찾아가는 중”이라며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다. 가을 사나이라는 명성에 대한 부담도 어느 정도 털어냈다고 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을에 가장 강한 사나이로 기록되고 있는 친구 박정권 때문이다. 박정권은 1차전에서 결승타를 치며 명성을 재확인했다. 조동화는 “(박)정권이가 첫 테이프를 잘 끊어줘서 고맙다”라고 활짝 웃었다.
그렇다면 형제는 얼마나 많은 야구 이야기를 할까. 조동화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이유는 야구선수라는 공통점 외에도 아버지라는 공통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조동화는 “예전에는 10분 통화하면 9분 정도는 야구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제는 3분밖에 안 한다. 7~8분은 전부 자식 이야기다. 유모차와 같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이야기한다”고 털어놨다. 그라운드에서는 엄연히 상대편이지만 형제의 우애는 더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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