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대풍수’(극본 박상희 남선년, 연출 이용석)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일 베일을 벗은 이후 시청률이 연속 상승하며 방송 3회 만에 두 자리대 시청률에 진입, 동시간대 경쟁작들을 무섭게 뒤쫓고 있다.
수목극 경쟁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대풍수’의 이 같은 시청률 상승은 그러나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10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6.5%를 기록하며 미약한 시작을 보였지만, 첫 회에서 과욕 부리지 않고 36부작을 이끌어나갈 이야기의 초석 다지기를 선택하며 짧지 않은 여정에 중심부터 잡았다. 원나라 지배 하의 고려말의 피폐한 상황을 치열하게 그리며 인물들이 자미원국으로서의 조선을 찾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제시한 것. 이후 2,3회를 이어가며 강력한 목표를 지닌 인물들이 이를 성취하기 위해 움직이는 과정은 첫 회의 탄탄한 스토리 라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개연성을 통해 스토리 전개와 인물들에 빠져들게 하는 분명한 이유가 됐다.
배우들의 명품 연기도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대목이다. 대중에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지만 자미원국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온갖 고초를 당하는 동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최재웅의 비장한 모습과, 잔혹한 권력자 이인임으로 분한 배우 조민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선 굵은 대작 사극과 어울렸다.

이진의 연기력 향상은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핑클 출신으로 가수 이미지가 강했던 이진은 외유내강 캐릭터 연지로 분해 사랑에 빠진 여인의 모습과 왕족으로서 자미원국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인물을 동시에 소화하며 진정한 연기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 여기에 지난 3회 방송부터는 노영학, 박민지, 이다윗과 같은 다수의 작품에 출연해왔던 베테랑 아역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명품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전 사극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신선한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는 이성계 캐릭터에 대한 이색 접근도 ‘대풍수’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위화도 회군을 통해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조선 건국의 주역으로 그려져 왔던 이성계는 이번 ‘대풍수’에서 야성의 습성이 지나치다 못해 광기마저 느껴지는 고려 장군으로 분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 지진희는 기존의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를 벗고 백전백발의 활솜씨와 불량한 표정 등으로 세밀하게 이성계 캐릭터를 구현, '대풍수' 관전 포인트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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