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유준상-김지영, 지금껏 이런 연기는 보지 못했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2.10.18 09: 56

영화 상영 내내 극장 내에 감돈 우울함은 배우 유준상, 김지영의 숨 막히는 연기와 민병훈 감독의 강렬한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터치’는 민병훈 감독의 생명에 관한 3부작 중 첫 번째 영화로 행복한 삶을 꿈꾸던 한 가족에게 닥친 예기치 못한 사건과 놀라운 기적을 그린 휴먼드라마다. 줄거리 상으로는 지극히 평탄한 가족의 스토리 같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면 절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영화가 바로 ‘터치’다.
전 국가대표 사격선수였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모든 것을 잃고 중학교 사격코치를 하고 있는 남편 동식(유준상 분), 간병인 일을 하며 병원 몰래 돈을 받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환자들을 무연고자로 속여 요양원에 입원시키는 아내 수원(김지영 분)이 등장한다.

지금까지는 그다지 특이성을 못느낀다. 그러나 동식이 끊었던 술을 어쩔 수 없이 먹게 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격부 학생 채빈을 차로 치게 되면서 동식과 수원은 그늘진 사회의 불편한 진실과 맞닥뜨린다.
동식은 코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여자인 이사장의 성적요구를, 수원은 자신이 돌보는 노인환자의 성적요구를 들어주는 것부터 수원의 유치원생 딸이 중학교 남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우연히 만난 중병에 걸린 한 여자를 구하고자 공기관을 찾아가지만 공무원은 형식적인 태도로 수원을 대하는 것까지 우리의 거북스러운 현실을 계속해서 들춰낸다. 동식과 수원이 겪는 현실은 거짓이 없어 씁쓸하기만 하다.
우리의 불편한 현실은 유준상과 김지영을 통해 완벽하게 구현된다. 유준상과 김지영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연기력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유준상은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국민남편, 젠틀맨으로 등극했지만 ‘터치’에서는알코올 중독의 나쁜남편으로 변신, 지금껏 보여준 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자신을 절제하지 못해 파국으로 치닫는 체육 교사 동식으로 분해 또 한 번 발군의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출연을 위해 체중을 10kg 감량하는 것은 물론 과감한 쇼트커트를 시도한 김지영은 극 중 여린 몸으로 가쁜 숨을 내쉬고 감정의 절제를 탁월하게 표현, 전율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소름 끼치게 한다. 김지영은 ‘터치’를 ‘죽어도 여한이 없는 작품’, ‘연기인생의 제2막을 열어준 작품’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군더더기 없이 가득 차있다.
민병훈 감독의 과감한 현실 들추기와 유준상, 김지영의 숨 막히는 연기가 ‘터치’의 완성도를 높여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안겨주는 것뿐만 아니라 마지막이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끝나는 스토리는 관객들의 상처를 터치, 어루만져 준다. 개봉은 오는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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