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땅콩' 김미현, "우승할까봐 연습 안했다" 재치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10.18 12: 58

"우승하면 상금을 모두 기부할 것이다."
'슈퍼땅콩' 김미현(35, KT)이 은퇴 선수 생활을 마감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농담 속에서도 진솔하고 재치넘치는 이야기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미현은 18일 인천 영종도(중구 운서동) 스카이골프 72 GC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다음날인 19일부터 21일까지 펼쳐지는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친다고 밝혔다.

화사한 분홍색 체크 셔츠를 입고 등장한 김미현은 이번 대회 성적을 묻는 질문에 "지난 1월 수술 후 7월까지 재활만 했다. 골프채도 잡지 않았다. 아기랑 놀이동산만 놀러다녔다"면서 "이번 대회 출전도 열흘전 결정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경기를 위해 우승할까봐 연습도 안했다"는 김미현은 "우승하면 (은퇴를) 번복할까봐 그랬다"면서 "연습을 안했는데 내 뒤에 있는 선수들은 혼이 나야 한다"고 농담, 주위를 즐거운 분위기로 만들었다.
김미현은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18홀을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9홀을 걸으면 나도 모르게 절뚝이게 된다. 선수로서 보이기 싫은 모습이다. 이왕이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이 대회 나오는 것도 부담스러웠다"는 김미현은 "연습을 못했으니 성적은 기대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한다면? 이에 김미현은 잠시 웃은 후 "우승을 한다면 우승상금은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하겠다. 그리고 다시 (은퇴를) 번복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승할 가망성도 없지만 우승 트로피는 뜻깊은 은퇴 기념으로 받겠다. 또 다른 계획에 눈을 반짝이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로 돌아선 이상 그 곳만 바라보고 있다"고 은퇴 번복 가능성이 없을 분명히 했다.
김미현은 미국에서도 우승 상금을 기부금으로 내놓은 적이 있다. 지난 2007년 셈그룹 챔피언십에서 줄리 잉스터를 연장전 끝에 꺾고 받은 우승 상금 10만 달러를 토네이도 피해자들에게 내놓았다.
당시를 LPGA서 한국인으로서 활약하며 뜻깊었던 순간이라고 떠올린 김미현은 "당시 비도 많았고 코스도 길어 기대를 하지 말라고 아빠에게 말했다"면서 "기대하지 않은 대회에서 복받은 상금으로 조금이나마 뜻하지 않게 어려운 사람들을 돕게 됐다. 작은 한국 땅에서 작은 사람이 큰 땅 미국인을 도와 칭찬 받았다. 한동안 갤러리에게 감사하다는 소리 들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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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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