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겟, 골 넣고도 '침울'...이유는?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10.18 14: 01

휴고 드로겟(30, 칠레)이 골을 넣으며 소속팀 전북 현대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웃지 못했다.
드로겟은 지난 1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K리그 36라운드 울산 현대와 원정경기에 선발로 출전, 전반 35분 에닝요의 크로스를 발아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팀의 두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드로겟의 활약에 힘입은 전북은 울산을 3-1로 물리쳤다.
이날 드로겟은 중원 미드필더로 나섰다. 평소 측면으로 나섰던 드로겟이지만 이내 팀 플레이에 녹아 들어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흥실 전북 감독대행도 "오늘의 수훈 선수는 드로겟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자리가 아님에도 미드필더로서 역할을 모두 수행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좋았다"고 평했다.

드로겟은 골을 넣고 전북을 승리로 이끌었음에도 웃지 않았다. 득점을 했음에도 간단한 세리머니를 할 뿐이었다. 경기 후 중계진과 인터뷰서도 드로겟은 조금의 미소도 짓지 않았다. 중계진이 웃음을 유도했지만 "개인적인 일이 있어 그렇다"며 짧게 답했다.
드로겟은 개인적인 일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하지만 그 개인적인 일은 작지 않은 일이다. 드로겟의 아버지가 현재 폐암으로 투병 중인 것.
드로겟은 지난달 27일부터 4일까지 8일 동안 전북 구단으로부터 휴가를 받아 고국 칠레를 다녀왔다. 시즌이 진행중인 만큼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초 드로겟은 전북과 계약 때문에 아버지의 투병에도 말도 못하고 끙끙거렸다. 하지만 먼저 알게 된 전북 구단의 배려 덕분에 칠레에 다녀올 수 있었다. 계약 때문에 불이익이 주어질 것이라 염려한 드로겟에게 이철근 전북 단장과 이흥실 감독대행이 직접 나서서 약속을 했기에 가능했다.
전북의 배려에 드로겟은 걱정없이 칠레에 다녀올 수 있었다. 그러나 끝까지 전북과 계약은 잊지 않았다. 전북의 별 다른 요구가 없었음에도 드로겟은 한국과 칠레의 13시간 시차를 계속 가져가기 위해 한국에서와 같은 시각에 취침과 기상을 하며 컨디션을 유지했다. 그만큼 드로겟은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큰 문제 없이 경기에 투입될 수 있었고, 울산전에서 골로 보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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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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