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균은 삶이 곧 음악이다. 그렇다고 치열하게 음악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에게는 음악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 중 하나니까. 휴식을 취할 때도 주된 업무도 모두 음악인 그다.
유정균의 이름이 다소 생소하다면 세렝게티는 어떤가. 세렝게티는 인디계에서 그들만의 독창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곡으로 일부 대중에게는 잘 알려진 인디 밴드다. 세렝게티의 보컬이 바로 유정균이다.
그런 유정균이 솔로 앨범으로 세렝게티와는 다소 다른 음악을 들고 나왔다. 차분하고 감성적인 음색이 듣는 이들의 감성을 간지럽힌다.

최근 서울 합정동 모처에서 만난 유정균은 예술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기자와 만났다. 한 쪽 손에는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든 그에게서 가을의 향기가 가득 풍겼다. 그의 음악인생을 짤막하게 물었다.
"세렝게티는 26살 때 시작했어요. 이른 나이는 아니죠. 하지만 연주자로서 활동은 중 3때부터에요. 악기 연주로 먼저 시작했어요. 20대 중반까지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26살 때 쯤에 세렝게티 밴드를 만들어서 30살에 세렝게티 음반을 냈죠. 어느덧 내 손으로 솔로 앨범까지 만들었네요."
앞서 말했든 그가 발매한 솔로 앨범 '외롭지 않을 만큼의 거리'는 세렝게티가 보였던 음악과는 많이 다르다. 그에게서 직접 차이점을 들었다.
"세렝게티 때는 밴드 명에서도 느낄 수 있듯 역동적이었죠. 하지만 솔로 앨범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차분하고 이야기하듯이 담아냈어요. 제 안에 어쩌면 두가지 모습이 있나봐요. 음악에 다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지 않나요?"

왜인지 그는 애주가일 것 같았다. 사물 하나하나에 인생의 의미를 담을 것 같은 그에게서 그런 분위기가 풍겼다. 기자가 "애주가시냐" 물으니 화들짝 놀라며 "티나냐"고 웃어보인다.
"앨범 재킷에 보면 제가 다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겨있어요. 제가 찍은건데, 사실 파리에서 제가 자주 술을 먹던 곳이죠. 친구랑 같이 가서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 많은 추억이 있는 장소에요. 파리뿐 아니라 여러곳을 여행 다니며 마음에 여유를 찾곤 해요."
그는 음악이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싱어송라이터가 흔히 겪는 창작에 대한 고통도 그에게서는 다소 적게 느껴졌다. 유정균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음악이 곧 그였기에, 스트레스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그 때 느낀 것들이 모두 음악이 돼요. 자유롭고 싶은 날에는 그런 느낌을 담은 곡이 탄생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날에는 그런 분위기가 풍기는 곡이 나오죠. 문득 어릴적 보았던 문방구를 보고도 아련한 멜로디의 음악이 뚝 하고 나오기도 하고요. 뗄 수 없는 존재죠. 음악은"

인터뷰 중 문득 그의 손목에 있는 문신이 눈에 들어왔다. 높은음자리표의 특이한 이 모양은 그가 음악을 계속하게 할 수 있는 버팀목과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20대 때 초반에 했던 문신이에요. 그 때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악기만 할 때인데 생활고가 심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종로에 있는 낙원 상가에 가서 제가 아끼던 기타를 팔게 됐어요. 그 때 10만원을 기타 값으로 받았었는데, 막상 바꾸고 나니까 '내가 무슨 짓을 했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길로 그 돈으로 이 문신을 새겼어요. 지금은 이 문신이 제 버팀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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