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도 너무 바쁘다.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한국영화 전성시대를 연 영화 '화차'에 이어 박진영과 호흡을 맞춘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 그리고 이번엔 타락해버린 우리 사회를 꼬집는 영화 '비정한 도시'로 우리 곁을 찾아온 배우 조성하. 뿐만 아니라 그는 현재 그룹 빅뱅의 탑과 함께하는 영화 '동창생'을 촬영 중이며 공유와 호흡을 맞추게 될 영화 '용의자'도 촬영을 앞두고 있다.
충무로에서 제일 바쁜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자 정작 본인은 겸손했다. MBC 드라마 '골든타임'으로 재조명을 받은 이성민부터 영화 '범죄와의 전쟁', '이웃사람'으로 충무로 미친 존재감으로 떠오른 김성균까지 수많은 배우를 언급하며 이들이 더 바쁘단다. 자신은 아직 아니라고.
하지만 조성하의 인기는 그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러브콜이 입증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러브콜 중 바로 이번 영화 '비정한 도시' 김문흠 감독이 포함돼 있다. 지난 12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난 조성하는 작품 선택 이유를 묻는 말에 재밌는 시나리오와 더불어 감독의 삼고초려에 감동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엔 안 했어요. 시간이 안 됐거든요. 그래서 거절을 했는데 그다음에 감독이 사무실로 다시 연락했더라고요. 그런데 그래도 안 했어요(웃음). 진짜 도저히 시간이 안 됐거든요. 그러다가 한 드라마의 쫑파티 때 감독이 와서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앉아 있었어요. 그러면서 저한테 꼭 모시고 싶다고 하는데 막상 얼굴 보니까 마음이 약해지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솔직하게 얘기했죠. '작품은 정말 재밌는데 시간이 안 돼서 힘들 것 같다' 그랬더니 시간은 맞춰 드리겠다, 조성하라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감독이 그렇게 와서 죽기 살기로 배우가 좋다는데 마음이 약해졌죠.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고 해서 이 작품을 하게 된 거에요."
올 초 개봉한 '화차'를 시작으로 이번 '비정한 도시', 그리고 '용의자'까지 유독 많은 스릴러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 조성하다. 혹시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가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이를 물어보니 시나리오를 읽을 때 굳이 이 작품이 스릴러라고 생각한 채 작품을 읽지는 않는다고 했다. 어떤 장르든지 그 안에 있는 드라마가 중요하다는 것이 조성하의 생각.

"책(시나리오)을 읽으면서 스릴러라고 생각하고 읽지는 않아요. 스릴러적인 분위기로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읽을 때는 똑같은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똑같은 인물의 등장이라고 생각해요. 코미디든 스릴러든 액션이든 드라마가 죽으면 꽝이에요. 드라마가 살아야 장르를 넣어도 사는 거지 드라마가 죽어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거든요."
'비정한 도시'는 총 10개의 에피소드가 서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조성하는 극 중 뺑소니친 택시기사 돈일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실제 택시기사 직업을 가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수월하게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는 조성하는 힘들었던 에피소드를 들려달라는 요청에 힘들었다기보단 긴 대사를 NG 없이 한 번에 촬영했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평소 암기력이 그리 좋지는 않다는 조성하는 그날 따라 그분이 오셨던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A4 용지로 두 세장 분량되는 대사를 한 번에 가는 장면이 있었어요. 감독은 '외우기 어렵지 않냐, 끊어가자'고 얘기를 했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나 혼자 해도 무방한 장면이라 '하는 대로 해보고 끊어가게 되면 그렇게 합시다'라고 했죠. 그런데 한 번에 다 찍었어요(웃음). 그리고 택시로 학생을 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독이 너무 길다고 알아서 편집해달라길래 또 제가 알아서 대사를 편집해서 촬영했죠. 평소 암기력이 좋은 편은 아닌데 그날 따라 그분이 오셨나 봐요(웃음). 그런데 원래 방송을 하든 영화를 하든 긴 대사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방송 같은 경우에 24페이지 분량의 대사를 한 번에 가는 것을 해봤는데 그런 게 걸리면 스태프들 표정이 어두워요. 다들 '오늘 집에 다갔네' 이런 표정이거든요. 그런데 배우가 한 번에 끝내주면 즐겁죠. 그래서 긴 대사는 한 번에 끝내려 신경 쓰는 편이에요. 대신 짧은 분량에서 NG를 내요(웃음)."

'비정한 도시'를 보고 극장을 나설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면 좋을까. 이에 대해 물어보니 그저 영화를 편하게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라는 것이 즐거움을 주기 위한 장르인데 어느 순간 부터 학문이 돼버린 기분이라며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바라는 작은 바람도 잊지 않았다. 조성하의 바람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믿고 즐기세요!'
"지금도 생각할 게 많은데 굳이 영화를 보러 와서까지 많은 생각을 하지 마시고 재밌으면 재밌는 대로, 긴장감 있으면 긴장감 있는 대로 편하게 보시고 집에 가서 주무시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 사실 2010년 이후의 영화들은 정말 심사숙고해서 만들어진 영화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평점이 못 나와도 7점 이상은 나오거든요. 그리고 요즘엔 연기 못 하는 배우들 잘 안 쓰잖아요. 관객분들께서 마음을 열고 한국영화를 믿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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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