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단순하게 잘 치고 잘 던진다고 이기는 건 아니다. 안타 3개를 치고도 무득점인 경우가 있고, 안타 1개로 1점을 뽑는 효율적인 야구도 있다.
그 차이는 주루플레이가 만든다. 도루를 많이 한다고 주루플레이를 잘하는 건 아니다. 빠른 타구판단,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통해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게 승리하는 주루플레이다.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추가진루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 발짝이 모자라 홈을 밟지 못한 주자가 나왔는데 그 장면이 승부처였다.

1차전은 SK의 2-1 승리였다. 롯데도 기회가 없는 게 아니었다. 김광현의 호투에 0-1로 끌려가다 6회 1사 후 손아섭의 동점 2루타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홍성흔의 좌전안타가 이어졌다. 손아섭은 3루를 통과해 홈으로 향하려다 황급히 제지하는 조원우 주루코치의 제스처를 보고 3루로 귀루했다.
롯데로선 1사 1,3루, 희생타 하나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지만 대타 박준서의 안타성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걸려 병살로 이닝을 마쳤다. 그렇게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친 롯데는 곧바로 결승점을 내줬고 마지막 3이닝은 단 한 명도 2루를 밟지 못했다.
이 장면을 두고 이용철 해설위원은 홍성흔의 안타 때 손아섭이 홈에 들어와야 했다고 말했다. 두터운 SK 불펜진을 상대로 득점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빈틈을 파고들어야만 한다는 의미다.
과연 손아섭이 당시 홈에 들어왔으면 득점을 올릴 수 있었을까. 17일 2차전을 앞두고 롯데 권두조 수석코치는 "리드와 스킵동작이 좋았다면 충분히 들어올 수도 있었지 않았나 싶다"라고 아쉬워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새로 수석코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권 코치는 롯데에 세밀한 야구를 이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 팀 선수들의 주루가 많이 좋아졌지만 이런 작은 부분에서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게 권 코치의 설명이다.
스킵동작은 주자가 투수의 투구와 동시에 다음 루 방향으로 서너발 뛰며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한 베이스 더 진루하기 위한 준비동작인 것과 동시에 투수를 교란하는 의미도 있다. 스킵동작을 놓고 투수와 주자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2차전은 SK가 추가진루 아웃에 울었다. 6회 조인성의 2타점 2루타로 스코어를 4-1까지 벌린 SK는 모창민의 적시타까지 나왔다. 마침 2루주자 조인성은 리드와 스킵동작 모두 완벽하게 이뤄진 덕분에 짧은 안타에도 불구하고 홈을 노렸다. 그러나 중견수 전준우의 정확한 송구에 횡사, SK는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쐐기점을 못 뽑은 SK는 결국 역전패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후 이만수 감독이 "6회 추가점을 못낸 게 승부처"라고 아쉬워 할 정도였다.
19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질 3차전도 작은 곳에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시즌은 투수력이 좋기 때문에 한 점싸움으로 갈리기 마련이다. SK의 주특기이자 롯데가 올해 중점적으로 보강한 부분이다. '한 걸음'의 승부에서 웃는 쪽은 어디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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