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SK 불펜, ‘힐링’은 성공했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19 06: 50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누가 그들의 몫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SK 필승조인 엄정욱(31)-박희수(29)-정우람(27)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안정이다.
SK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4-5로 졌다. 6회까지 4-1로 앞서던 SK는 믿었던 불펜이 난조를 보이며 역전을 허용했다. 7회 올라온 엄정욱은 위기를 만들었고 박희수는 불을 끄지 못했다. 마무리 정우람은 결승점을 내줬다. SK로서는 가장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 됐다. 단순한 1패 이상의 중압감이다.
사실 구위 자체가 아주 나빴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상황이 그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엄정욱은 첫 세 타자를 모두 내야 땅볼로 유도했다. 야수들이 좀 더 도와줬다면 적시타를 친 김주찬 조성환은 7회 타석에 들어서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격수 최윤석의 실책으로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2명의 주자가 나갔다. 부담스러운 상황에 제구가 흔들렸고 김주찬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4-3으로 쫓긴 1사 2루에서 올라온 박희수도 마찬가지였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라는 점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직구보다는 변화구로 어렵고 승부했고 결국 조성환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 후에도 특유의 과감한 승부를 이어가지 못했다. 1차전에 비해 좁았던 스트라이크존도 박희수를 조급하게 했다.
리드 상황이 아닌 동점 상황에서 올라온 마무리 정우람도 부담이 컸다. 여기에 롯데 타자들은 끈질기게 정우람을 물고 늘어졌다. 벤치에서는 ‘기다리라’는 사인까지 나왔다. 보통 20개 남짓의 공을 던졌던 정우람은 2차전에서 40개나 던졌다. 투구수가 불어날수록 구위는 떨어졌다. 결국 안타가 아닌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헌납했다. 고의사구로 만루를 만든 SK의 작전도 심리적 측면에서 위험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플레이오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1승1패일뿐이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SK 불펜에서 세 선수의 몫은 여전히 크다. 박희수 정우람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이만수 SK 감독도 “상태는 괜찮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활용방안의 재검토를 시사한 엄정욱도 나름대로의 몫이 있다. 박정배는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고 이재영 또한 아주 중요한 시기에 등판한 경험이 적다. 베테랑 최영필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은 2007년이었다.
하루의 휴식일이 있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팠던 기억을 치유하고 다시 컨디션을 점검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따라 SK 불펜은 다시 재건될 수도,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다. 다행히 툭툭 털고 일어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다. 세 선수의 ‘힐링 캠프’ 성과에 SK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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