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선수들, 빨리 크기보단 오래 하세요"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10.19 10: 41

"너무 빨리 잘해서 빨리 옷을 벗나봐요".
83번 등번호를 달았지만 여전히 코치보다는 선수라는 말이 어울렸다.
김수경(33) 넥센 히어로즈 불펜코치는 지난 18일 열린 염경엽 감독 취임식 겸 2013시즌 코칭스태프 발표식에서 정식으로 코치 유니폼을 입고 인사를 했다. 올 시즌까지 선수로 뛰었던 그가 은퇴를 선언한 것.

김 코치는 1998년 현대에 입단해 12승을 세우고 한국시리즈에서 최연소 승리투수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받았다. 2000년에는 임선동, 정민태 각각 18승씩을 거둬, 한 팀에서 3명의 다승왕을 배출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김수경은 2005년부터 부진과 호투를 반복했다. 무릎 부상 및 수술, 허리 부상 등이 그를 괴롭혔다. 올해는 1군에서 17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다. 그는 결국 수많은 고민 끝에 야구공을 내려놨다.
현재 프로야구 최연소 코치인 김 코치는 행사 후 "아직 은퇴, 코치라는 단어가 너무 어색하고 낯설다. 코치 제의를 받고 3~4일 동안 잠을 못 자고 고민했다. 결정을 하고도 미련이 많이 있었다. 지금도 그라운드에 나가면 내가 던져야 할 것 같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김 코치는 "하지만 중요한 건 내 공이 타자들에게 통할 수 있느냐였다. 전력으로 던져도 직구가 134km밖에 나오지 않았다. 직구가 안되니 타자들이 슬라이더도 걸러내 힘들었다. 김시진 감독님을 비롯해 현장에 계셨던 많은 분들이 기회가 왔을 때 잡으라고 하셨다. 그분들도 이제 내 공이 안된다는 것을 아시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봤다.
통산 112승(98패 평균자책점 4.29)의 김 코치는 은퇴하면서 현역 최다승 투수에서도 물러났다. 김 코치는 "사실 밸런스나 이런 게 좋지 않은 것은 2001년부터였다. 처음 40승은 어떻게 하다가 됐지만 그후 72승은 정말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며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드러냈다.
김 코치는 22일 마무리 훈련부터 정식 코치 업무를 시작한다. 그는 "너무 빨리 잘해서 빨리 유니폼을 벗는 것 같다. 이제부터 우리 선수들과 함께 지내겠지만 빨리 크는 것보다는 오래 (야구를)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동안 잘됐던 것도 있었고 안됐던 것도 있었는데 선수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코치지만 형처럼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나도 공부하겠다"고 코치로서의 생각을 밝혔다.
우리나라 나이 서른 넷.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고 하기에 늦지 않은 나이지만 다시 예전의 영광을 찾을 수 없음을 안 그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후배들에게 기회를 넘겼다. 김수경 코치가 선수 때의 노하우를 토대로 넥센의 어린 선수들을 잘 키워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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