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위기에서 롯데를 구했다. 구세주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가을잔치 전경기 개근의 투지를 불사르며 철인으로 떠올랐다.
롯데 사이드암 김성배(31)가 다시 한 번 롯데를 위기에서 구해내며 거인 군단의 구세주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김성배는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회 1사 1·2루 위기에서 선발 고원준을 구원등판, 2⅓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홀드를 기록했다. SK의 추격 흐름을 차단한 결정적인 홀드. 롯데도 SK를 4-1로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놓았다.
김성배는 2차전에서 4-4 동점이던 7회 1사.3루에서 구원등판, 실점없이 위기를 넘어가는 등 2⅔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구원승을 거두며 MVP를 차지했다. 이날 3차전에서도 잘던지던 선발 고원준이 위기를 맞이하자 롯데 양승호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김성배를 호출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7경기 연속 개근.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3-0 리드를 지키고 있었지만, 6회 1사 후 박재상의 볼넷과 최정의 중전 안타로 1사 1·3루. 그러자 양승호 감독은 한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단행하며 김성배를 마운드에 올렸다. 첫 타자는 올해 잠수함 투수를 상대로 타율 3할9푼4리로 초강세보인 이호준. 하지만 김성배에게 통계는 통하지 않았다.
초구부터 몸쪽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김성배는 2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이어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직구로 루킹 삼진 돌려세웠다. 후속 타자 박정권 상대로는 포크볼을 결정구삼아 중견수 뜬공. 고원준이 남긴 승계주자 2명을 모두 잔루로 만든 깔끔한 위기 정리였다.
위기 뒤 기회. 롯데 타선은 김성배가 6회초 위기를 막아내자 6회말 1점을 추가하며 달아났다. 4-0으로 벌어졌지만 김성배는 7~8회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7회 선두타자 김강민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3타자를 모두 뜬공 요리했다. 8회에도 정근우와 박재상를 내야 땅볼로 잡은 김성배는 그러나 최정과 9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이호준에게 좌중월 2루타를 맞고 실점했다. 하지만 구원투수 강영식이 추가 실점을 막았다.
2차전에서 2⅔이닝 37구를 던진 김성배는 하루를 쉬고 나온 3차전에서도 2⅓이닝 동안 투구수 39개를 기록했다. 투혼과 의지를 담은 혼신의 피칭. 정대현이 수술받은 왼쪽 무릎에 근육이 뭉치는 바람에 김성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고, 김성배는 자신의 힘이 닿는 데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로써 김성배는 준플레이오프 4경기, 플레이오프 3경기 모두 개근하며 총 10이닝을 던졌다. 총 투구수는 152개. 5피안타 4볼넷 9탈삼진 2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은 1.80에 불과하다. 롯데의 진정한 구세주는 언제 어디서든 마운드에 오르는 '철인' 김성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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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