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3] 성급했던 SK, 공이 수박처럼 보였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19 21: 19

빠른 승부는 약이 될 수도 있다. 유리한 볼 카운트를 선점하려는 투수의 심리를 역이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다. 잘못 건드릴 경우 투수의 기만 살려줄 수 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의 SK에는 결과적으로 ‘독’이었다.
SK는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2012 팔도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상대 선발 고원준을 공략하지 못한 타선의 침묵과 아쉬운 플레이가 겹치며 1-4로 졌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2패를 기록한 SK는 가을잔치가 조기에 끝날 위기에 몰렸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SK가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선발 싸움에서는 송은범을 내세운 SK가 고원준을 올린 롯데보다는 다소 나아 보였다. 게다가 롯데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불펜 소모가 극심했다. 2차전 후 하루의 휴식일이 있었지만 체력을 모두 충전시킬 시간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요원인 정대현까지 왼 무릎 통증으로 빠진 상황이었다.

결국 롯데의 운명은 선발 고원준이 쥐고 있었다. 고원준이 일찍 무너지거나 오래 던지지 못하면 불펜의 조기 투입이 불가피했다. 롯데로서는 부담이 되는 수순이었다. 때문에 SK 타자들이 고원준의 공을 끈기 있게 기다릴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었다. 치지는 못해도 투구수만 소모시켜면 이득이었다. 그러나 SK 타자들은 반대로 움직였다. 대체로 일찍 배트를 휘둘렀다.
고원준의 공은 빠르지 않았다. 직구최고구속은 144㎞였다. 최저는 134㎞까지 떨어졌다. 제구는 비교적 잘 됐지만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고원준의 공이 SK 타자들의 눈에는 수박처럼 보였을까. SK 타자들은 비슷한 공이면 어김없이 배트를 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정타가 많지 않았고 몇몇 잘 맞은 타구는 야수 정면을 향했다.
1회 정근우는 초구, 박재상은 5구, 최정은 2구째를 건드려 모두 아웃됐다. 1회 고원준이 던진 공은 8개에 불과했다. 2회에도 5개 이상의 공을 지켜본 타자는 하나도 없었다. 3회 들어서야 조동화가 6개의 공을 봤다. 그러나 정근우는 3구, 박재상은 4구째 배트를 돌려 아웃됐다. 이런 SK의 비교적 빠른 승부는 계속됐다. 4회 박정권이 7개의 공을 본 것이 가장 끈질긴 승부였다.
빠른 승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성과물이 너무 없었다. 그러자 고원준은 소화이닝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당초 기대보다 더 긴 5⅓이닝을 던졌다. 그때까지의 투구수는 79개에 불과했다. 승부처가 아니었다면 더 길게 던질 수도 있는 흐름이었다. 끝내 SK는 롯데 불펜을 조기에 끌어내 승부를 불펜의 체력 싸움으로 가져가겠다는 당초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 결과는 1-4의 완패였다. 이제 SK는 벼랑 끝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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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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