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최상의 전력으로 총력전을 펼치기 때문에 정규시즌에 비해 다득점 경기가 적고, 수비 하나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롯데에 지적되어 온 점은 바로 수비다. 단순히 실책숫자로 평가하는 수비가 아니라 적절한 시프트와 타구판단, 그리고 협력 플레이까지 포함한 것.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롯데가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도 바로 수비강화였다. 4강진출을 위해선 화끈한 타력이면 되지만, 우승을 생각한다면 수비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구단의 판단이었다.
실제로 롯데 수비는 무더기 실책이 쏟아졌던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제외하면 흠 잡을데 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맞선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그 진가가 빛났다.
이날 선발투수는 신예 고원준, 과감하고 공격적인 승부로 SK 타선을 맞춰 잡는 작전을 택했다. 자주 구사하던 느린 커브는 줄이고 대신 스트라이크 존에서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썼다. 이 과정에서 SK 타자들은 잘 맞은 타구를 줄기차게 양산해 냈다.
자칫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장면이 여럿 있었지만 롯데 야수들은 연이은 호수비를 펼쳤다. 그 시작은 우익수 손아섭이었다. 1회 1사 후 박재상의 우익수 쪽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살짝 몸을 날려 잡아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손아섭은 3-0으로 앞선 4회 무사 1루에서 더욱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이호준의 타구를 펜스 바로 앞에서 정확하게 점프, 공을 잡아냈다. 선발 고원준을 지켜 준 호수비이자 SK의 추격 의지를 꺾는 수비였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수비를 보여줬던 3루수 황재균도 연신 호수비를 펼쳤다. 4회 2사 1루에서 김강민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 1루에 정확한 송부를 뿌렸던 황재균은 6회엔 선두타자 정근우의 총알같은 타구를 몸을 낮춰 안전하게 포구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의 라인 드라이브 타구 처리도 완벽했다. 3회 선두타자 조동화의 직선타를 유격수 문규현이 부드럽게 잡아 빠른주자 출루를 봉쇄했던 롯데는 5회 2사 후에도 조동화의 빠른 타구를 2루수 박준서가 가볍게 점프 해 처리했다.
선발투수의 호투에 타자들의 집중력, 여기에 완벽한 수비까지 롯데는 3박자가 맞았다. 롯데는 SK를 4-1로 제압하고 시리즈전적 2승 1패가 돼 13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을 남겨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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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대선 기자,sunda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