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틀 없이 매주 특집을 내놓으며 말 그대로 무한도전을 실천 중인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이 프로그램이 20일로 300회를 맞이한다. 초반 산만하고 익숙하지 않은 구성으로 단 10회도 넘기지 못하고 종영할 것이라는 시선이 강했던 탓에 자축의 의미로 50회 특집을 했던 일이 이제는 까마득할 정도다.
2005년 4월 23일, 첫 방송 당시에는 예능 프로그램도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꽉꽉 짜인 대본으로 출연진이 움직였던 시절이었다. 국내 최초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표방했던 이들은 전체적인 토대만 마련된 큐시트 수준의 대본을 가지고 멤버들이 자유자재로 상황을 만들어가며 웃음을 선사했다.

정해진 대본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7년간 멤버들의 캐릭터는 끊임없이 변화했고,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형식은 눈에 띌 정도로 세련되게 변모했다.
시청률 침체로 한물 간 것이 아니냐는 폄훼에 시달리던 시기에도 ‘무한도전’은 언제나 예능 1인자로 군림했다. 혹자는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전후로 나뉜다는 극찬까지도 하니 말 다했다.
한 예능 프로그램 PD는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뉴스와 마찬가지로 10년이고 100년이고 할 수 있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무한도전’처럼 오랫동안 방송을 해서 진부하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은 전무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초반 6개월을 제외하고 늘 정상에 있었기에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제작진과 출연진의 고뇌는 상당했다. 유재석이 더욱 분발을 바란다는 문자를 수시로 보낸다고 투덜거리는 멤버들의 폭로가 아니더라도 지난 7년여를 돌이켜보면 ‘무한도전’은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예능 흐름을 이끌어가야 하며, 언제나 신선한 웃음을 줘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더욱이 멤버 전원이 톱스타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은 것도 큰 부담감이 되고 있다. 황소와 말도 안되는 힘대결을 하고 기차와 달리기를 벌이던 부족한 남자들은 어느새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유행어가 되는 평균 이상의 스타들이 됐다. 부족함을 내세워 웃기기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이제는 시청자들도 인정할 때다. 매주 새로운 특집을 펼쳐왔기에 사랑을 받을 수 있었지만 늘 새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한도전’의 경쟁자는 다른 프로그램이 아니다. 지금껏 방송된 ‘무한도전’이 경쟁자다. 각고의 노력으로 진화는 성공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동안의 ‘무한도전’을 뛰어넘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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