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드디어 천만 관객을 돌파한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광해'는 지난 19일 전국 11만 546명을 더해 누적관객수 982만 365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광해'는 빠르면 이날, 적어도 주말 안에 천만 돌파를 이뤄내게 된다.
천만 관객을 넘긴 ‘광해’는 ‘실미도’ 1108만, ‘해운대’ 1139만, ‘태극기 휘날리며’ 1174만, ‘왕의 남자’ 1230만, ‘괴물’ 1301만, ‘도둑들’ 1302만 관객에 이어 한국영화 역대 흥행 순위 7위에 올랐다.

특히 ‘광해’는 500만 관객돌파를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보다 6일, 역대 9월 개봉작 흥행 1위 ‘타짜’보다 무려 13일이나 앞선 흥행속도를 보였다.
이처럼 ‘광해’가 천만 관객을 이끈 데는 배우 이병헌의 힘이 가장 컸다. ‘광해’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병헌은 데뷔 이래 21년 만에 사극에 처음 도전하고 코믹한 광대 하선, 상반된 두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성공했다. 무게감 있는 연기와 장난기 넘치는 연기, 두 가지 연기를 동시에 해내 이병헌 연기의 종합판을 보는 듯 했다.
이병헌의 이번 성과는 꽤 의미가 있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는 지금까지 이병헌이 주연한 영화 중 가장 높은 성적의 영화. 1995년 배우 최진실과 호흡을 맞춘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병헌은 이후 ‘런어웨이’, ‘그들만의 세상’, ‘지상만가’ 등 매년 영화를 찍긴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배우 전도연과 순수한 사랑을 그려 화제가 된 ‘내 마음의 풍금’ 또한 15만여 명에 그쳤다.
송강호, 신하균, 이영애와 출연한 ‘공동경비구역 JSA’(2000)이 580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지만 이병헌 주연의 영화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후 ‘번지점프를 하다’, ‘중독’, ‘누구나 비밀은 있다’, ‘달콤한 인생’, ‘그해 여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등 연이어 영화에 출연, 매번 화제를 모았지만 이렇다 할 만 한 성적을 내놓지는 못해 흥행과는 인연이 없는 배우라 불리기도 했다.
주연은 아니었지만 이병헌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도 국내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켜 흥행으로 이어지는 듯 했으나 겨우 250만 관객을 넘겼다.
흥행과는 거리가 먼 듯했던 이병헌이 드디어 2012년 ‘광해’로 잭팟을 터뜨렸다. 광해와 하선을 연기하며 어느 캐릭터에 치우치지 않고 두 가지 상황에 처한 인물을 탁월하게 표현, 관객들을 울리고 웃겼던 이병헌은 천만 관객을 이끌며 이제야 ‘이름값’을 제대로 발휘했다.
‘광해’를 통해 작품성뿐만 아니라 흥행성까지 인정받은 이병헌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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