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윤희상의 간절함, “KS서 던지고 싶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20 06: 58

2-1의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고 있었던 5회 2사 2루의 상황. 상대는 자신에게 강했던 손아섭(롯데)이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손아섭을 바라보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손아섭의 강한 눈빛을 보니 “이겨야겠다”라는 투지가 생겼다.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결과는 삼진. 자신도 모르게 세리머니에 힘이 들어갔다.
윤희상(27·SK)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수줍게 웃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투수로 나선 윤희상은 6이닝 1실점으로 선발투수의 몫을 충실히 해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선전했던 윤희상이 또 다른 ‘가을 사나이’로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19일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만난 윤희상은 2차전에 대해 “재밌었다. 그냥 경기가 재밌었던 것 같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역투였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실점은 2회 홍성흔에게 맞은 솔로포 하나뿐이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더 강해졌다. 윤희상은 “100개를 던진다고 가정했을 때, 모든 공을 80~90%의 힘으로 던졌다”라고 말했다. 정규시즌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써 지칠 법도 했지만 그럴수록 힘을 짜냈다. 윤희상은 “1·2회에 너무 세게 던지면 밸런스가 깨진다. 그러나 4·5회에서는 1이닝 1이닝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던졌다”라고 이야기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 투구 내용에 대해서는 스스로 “부족했다”고 압축했다. 윤희상은 “포크볼 제구가 생각보다 안 됐다”고 아쉬워했다. 아쉬웠던 건 팀도 마찬가지다. SK는 윤희상이 내려간 후인 7회 3점을 내주며 4-4 동점을 허용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덤덤하게 ‘지진 않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팀은 연장 승부 끝에 4-5로 졌다. 윤희상은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라고 씁쓸해했다.
윤희상이 아쉬워하는 이유는 자신의 승리가 날아가서가 아니다. 더 큰 꿈 때문이다. 바로 한국시리즈에서 던져보고 싶다는 꿈이다. 그 꿈에서 한 발 후퇴한 것 같아 기분이 상할 뿐이다. 윤희상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호투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작 꿈의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는 어깨 통증으로 1이닝 만에 조기 강판됐던 아픈 기억이 있다.
윤희상도 그 당시의 분함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시리즈 무대가 더 간절하다. 윤희상은 “한국시리즈 등판은 캠프 때부터 목표였다. 한국시리즈 선발의 자격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생애 첫 10승과 전구단 상대 승리투수가 되며 그 자격을 갖춘 윤희상이다. 다만 상황은 썩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1차전을 이긴 SK는 2·3차전을 연달아 내주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윤희상은 3차전을 앞두고 “오늘 이기면 된다”라고 했지만 되려 전세는 더 불리해졌다. 과연 윤희상이 한국시리즈 등판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20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4차전이 그 첫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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