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부산상륙 실패’ SK, 퇴로를 확보하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0.20 06: 57

적지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으려던 SK의 ‘부산상륙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사방의 적에게 포위당한 신세가 됐다. 이제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인천까지 돌아가는 퇴로를 확보해야 한다.
SK는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무기력한 타선과 고비 때 나온 수비의 실수 끝에 1-4로 졌다. 1차전 승리로 기세를 올렸던 SK는 2·3차전을 연달아 내주며 오히려 탈락 위기에 몰렸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원대한 꿈도 물거품이 될 위기다.
▲ 마리오의 어깨에 달렸다

SK는 20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4차전에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티아고를 선발로 예고했다. 예정된 수순이다. 마리오는 올 시즌 18경기에 나서 6승3패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 무릎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성적이 가능했던 투수다.
SK로서는 마리오의 활약이 4차전의 사활을 쥐고 있다. 아무래도 불펜의 체력은 준플레이오프를 거친 롯데보다 우위다. 마리오가 6이닝 정도를 버틸 수 있다면 나머지 이닝은 박희수 정우람이라는 필승조를 올려 마무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마리오는 13일 문학구장에서 있었던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2이닝 1실점했다. 초반 연속 안타를 내주며 1실점했지만 그 후에는 퍼펙트 피칭으로 마무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대 후반을 찍었다. 무릎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컨디션 자체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증거다. 다만 포스트시즌의 중압감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마리오는 이런 큰 무대에서 뛰어본 경험이 적은 투수다.
▲ 불펜 모두 짜낸다
이만수 SK 감독은 3차전이 끝난 후 “4차전은 총력전으로 임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불펜의 총동원이 예상된다. SK 불펜은 롯데에 비해 아직은 여유가 있다. 1·2차전에서는 엄정욱 박희수 정우람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3차전에서는 선발 송은범이 일찍 무너졌으나 박정배가 3이닝을 버텨주며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다.
게다가 팀 내에서는 가장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채병룡은 아직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다. 마리오가 일찍 무너지거나 불안할 때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는 카드다. 이만수 감독은 채병룡의 활용도를 ‘1~2점 뒤지고 있는 추격 상황’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제 2의 선발투수’ 노릇을 할 수 있는 선수인 만큼 마리오가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경기 극초반 투입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3차전에서 51개의 공을 던진 박정배의 4차전 등판은 어렵다. 다만 필승조인 박희수 정우람이 이틀을 푹 쉬었다. 이 중 박희수는 2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다.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경기 시점보다는 경기 상황에 맞춰 조기 투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롯데가 정대현을 앞서 끌어 쓴 것처럼 SK도 승부처에서 박희수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 관건은 타선의 집중력
이처럼 SK 마운드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 ‘땜질 선발’인 진명호를 선발로 내는 롯데보다는 사정이 낫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관건은 타력이다. 마운드가 롯데 타선과 싸우는 사이 도망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SK가 2·3차전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 근본적인 원인도 점수를 뽑지 못하는 타선이었다.
SK는 3차전에서 5안타에 그쳤다. 그 중 장타는 8회 이호준이 기록한 2루타가 전부였다. 여기에 흐름도 뚝뚝 끊어지는 모습이다. 최정이 괜찮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지만 앞뒤에서 지원사격이 없다. 3차전에서 정근우 박재상의 테이블 세터는 7타수 무안타였다. 최정 뒤에 위치하는 이호준 박정권도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애당초 점수를 내기 힘든 구조였다.
다만 타격은 그래프가 있다. 나쁠 때가 있으면 그 바닥을 찍고 올라갈 때가 있다. SK가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부분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타선이 살아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인천으로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부분이기도 하다. 반대로 마리오, 불펜 운영 전략, 타선이라는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어그러질 경우 SK의 가을은 예전보다 짧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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