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추창민 감독, 이하 '광해')가 한국영화 사상 7번째로 천만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20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광해'는 지난 19일 전국 11만 546명을 더해 누적관객수 982만 365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광해'는 빠르면 이 날, 적어도 주말 안에 천만 돌파를 이뤄내게 된다.
개봉 8일 만에 200만, 18일 만에 500만, 21일만에 700만명을 돌파했고, 개봉 31일 만에 900만 고지에 오른 '광해'는 이로써 한국영화 '괴물'(1301만), '왕의 남자'(1230만),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 '해운대'(1139만), '실미도'(1108만), '도둑들'(1302만명, 배급사 집계 기준)에 이어 '천만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광해'는 역대 천만영화들이 여름이나 겨울 성수기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것과 달리 추석 시즌에 개봉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지닌다. 당초 투자배급사 CJ측은 내부적으로 추석시즌 개봉한 최고 흥행작 '타짜'를 넘는 것이 최소의 목적이었지만, 이 같은 목표를 넘어 천만을 달성하게 됐다.
보통 여름시장이 끝난 9월은 가을비수기에 '광해'가 새로운 흥행 지형도를 그려냈다는 의미도 있다. 추석 연휴 3주 전 개봉, 흥행몰이를 시작해 추석연휴와 개천절까지 그 여세를 이어간 '광해'는 전 연령대가 볼 수 있는 영화로 연인, 친구 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관객들을 끌어모은 것도 흥행의 한 이유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광해' 천만돌파의 일등 공신은 단연 주연배우 이병헌이다. 섬세한 연기변화가 필요한 1인 2역 설정으로 드라마가 강한 이 작품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의 존재감이 중요시 됐는데, 이병헌은 이 작품을 통해 사극에 첫 도전하며 눈빛만으로도 연기가 가능한 배우임을 다시한 번 입증해냈다. 이병헌은 이 작품으로 본인의 역대 출연작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우며 '천만배우 프리미엄'을 얻어냈다.
그런가하면 올해는 지난 7월 개봉한 '도둑들'(최동훈 감독)에 이어 같은 해 개봉한 천만 영화 두 편이 탄생한 이례적인 해다. 메이저 투자배급사 쇼박스, CJ에서 각각 한 편씩 천만영화를 만들어낸 것.

'도둑들'이 톱스타들을 내세운 케이퍼 무비라는 철저한 오락무비로 영화 흥행에 성공했다면, '광해'는 감동-교훈적 메시지를 담아냈다. 한국 관객들이 선호하는 '코믹' 코드를 자칫하면 딱딱해질 수 있는 팩션 사극에 잘 버무렸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도둑들'과 '광해'가 서로 너무 다른 영화였기 때문에 두 편 모두 천만 돌파가 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두 영화가 비슷한 장르거나 느낌이었다면 뒤에 개봉한 영화가 천만까지 가지는 못했을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또 대선정국과 맞물려 이상적인 지도상을 그린 점,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상'이라는 화두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반면 '광해'는 천만에 도달하기까지 잡음도 많았다. 다른 천만영화들 보다 신드롬 적인 부분에서는 약했다고 할 수 있는 '광해'는 개봉에서부터 예정일을 갑자기 변경해 기존 상영작의 스크린을 뺏는 '변칙 개봉'을 한다고 일부 영화관계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또 김기덕 감독의 발언과 맞물려 대형 투자배급사의 독점 문제가 다시금 떠올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할리우드 영화 표절 논란, 900만명을 넘고 1000만명에 도달해 갈 때는 강제 천만 동원을 위한 티켓 행사 등으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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