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3일,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기이한'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개그맨들 사이에 배우나 가수가 종종 섞여 들어가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거나 대중목욕탕 탕 속 물을 빨리 퍼내기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미션에 도전했다. 멤버들은 시간 안에 물을 다 퍼내지 못해 미션에 실패하고는 울고불고 했다. 환갑이 넘은 아버지는 TV를 보며 말씀하셨다. '이 무슨 시끄럽고 정신 나간 놈들'이냐고.
MBC '무한도전'(이하 무도)이 오늘(20일)로 방송 300회를 맞았다. 당초 '토요일'이라는 프로그램 속 '무(모)한 도전'이란 코너로 첫 전파를 탔다가 2006년에 이르러서야 '무도'란 단일 프로그램으로 분리됐다. 멤버들이 들고 나고 인기에도 부침이 있었지만 이제껏 장수해오며 대한민국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초로, 토요일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당신의 토요일, '무도'는 어떤 의미인가.
대한민국에서 '무도' 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존재감 막강한 프로그램이다. 유재석의 국민 MC 등극 과정이 '무도' 안에 있고 '대세'가 된 정형돈이 웃길 줄 모르던 시절, 예능 교육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서 깊은 걸로 치면 곧잘 비교되곤 하는 KBS '해피선데이-1박2일'보다 '갑'이다.

대한민국에서 절대 팬덤을 갖고 있는 유일무이한 프로그램, '토요일=무도하는 날'이란 공식을 전파한 저력의 프로그램, 안방은 매주 토요일마다 저녁을 먹으며 멤버들의 말장난과 몸개그를 보고 허무맹랑한 미션에도 빠졌다가 때로 머리를 써가며 함께 두뇌게임을 벌이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웃게도 만들지만 어느 날은 뒤통수 한 대 제대로 후려 맞은 듯한 충격도 준다. 예능이 웃기면 그만이지 머리는 왜 쓰라고 하고 '건방지게' 메시지(교훈)을 주는 건 또 뭔가. 그래서 '무도'는 이 독보적인 반전 매력 때문에 지금의 강력한 팬덤을 지니게 됐다. '무도빠'들은 여전히 '웃겨 달라, 때려 달라, 가르쳐 달라!'고 말한다.
'무도'는 이렇게 의미가 되었다. 평일 피로에 지쳤던 직장인들로 하여금 '멍 때리고 웃을' 시간을 주고 수능 준비에 숨이 넘어가던 '고딩'들에게는 비타민이 돼 주었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에게는 연예대상 트로피를 안겼다. '무도' 나오는 토요일 오후만 기다린 지 7년째다.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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