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제 영화 보지 마세요. 웃음과 감동밖에 없으니까"[인터뷰]
OSEN 황미현 기자
발행 2012.10.20 11: 06

천만 흥행에 이 남자가 없으면 섭하다. 영화 '해운대'에 이어 '광해: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까지 천만 관객을 동원한 두 영화의 미친 존재감. 바로 김인권이다.
김인권은 요즘 누구보다 바쁘다. '광해' 무대 인사에 각종 인터뷰, 예능 출연까지 눈코 뜰 새가 없다. 또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까지, 그에게 연기란 몸에 스민 삶의 일부가 됐다.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적한 모 카페에서 만난 김인권은 강마에를 연상케하는 중후한 지휘자같은 면모로 기자를 맞았다. 특유의 살가운 미소와 함께. 김인권에게 "요즘 너무 바쁘시죠"라고 묻자 "책임감이고 내 역할이니까요"라며 되려 스태프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그였다.

"바쁘죠. 하지만 영화 하나 만드는데 수백명의 스태프가 있고 그들이 늘 고생하는데, 그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도 제가 당연히 바쁘게 움직여야죠. 주조연만 영화가 소중한 것이 아니니까요. 스태프도 한 가족이고 그들에 대한 책임감과 그들의 가족까지 생각하면 제가 가만히 앉아있을 수 만은 없어요.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열정적으로 알리고 홍보해야하는 것은 바로 저죠."
그는 영화 '강철대오'에서 평균 미만의 남자이자 모태 솔로 강대오 역할로 출연했다. 짜장면 배달을 하다, 한 여대생에게 반해 사랑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감동까지 전하는 역할. 그는 지난 2010년 영화 '방가방가'이후 코미디물도, 원톱 주연 영화도 모두 오랜만에 임하게 됐다. 그에게 실제 김인권은 평균 미만의 남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전 그렇게까지 여자에 매달리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지금은 아내도 있고 딸도 있으니까 여자를 멀리 해야죠. 하하. 저는 여자를 돌같이 본다고요! 지금의 제 아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쭉 봐오던 여인이거든요. 누가 좋으면 전 꾸준히 보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면에서는 강대오와 많이 닮았죠. 연기하기에 수월했어요."
평소 대작 영화에 감초 역할로 출연하며 미친 존재감을 뽐낸 김인권은 코미디물에서 오랜만에 주연을 맡았다. 그는 '강철대오'가 그냥 코미디물 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 영화를 통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순수성을 통한 진실된 사랑'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계산적인 사랑에 일침을 가하는 순간이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사랑하는 법이 조금은 다르다면서요? 스펙을 따지고 가진 재산을 체크하고 결혼전에 몸 상태까지 체크하고...너무 계산적이지 않아요? 그런 세대에게 순수성을 소재로 진실된 사랑이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을 일깨워주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도 느끼고요. 시를 읊으면서 사랑 고백했던 지난날을 우린 요즘 너무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원톱을 맡아 부담감도 있을 법 하다. 그래서일까. 그에게는 고민이 한 가지 있었다.
 
"영화가 잘 돼야 할텐데 말이에요. 열심히 했는데 흥행이 되지 않으면 '넌 조단역이나 해라'라는 말을 들을까봐 조금은 걱정이 되요. 작은 영화고 예산이 그렇게 큰 영화는 아니지만요. 하지만 제가 최선을 다했으니 크게 여념하지 않으려고 해요. 배우에게 관객수는 어느정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그 영화가 전부잖아요. 제가 출연한 영화를 찾아준 관객 한 분 한 분이 저에게는 너무 소중하고, 그 관객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죠."
김인권은 이번 영화에서 배우 조정석과 유다인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언뜻 보기에 경쟁상대의 갭이 나는 듯 하지만, 이 남자 매력이 보통이 아니다.
"조정석보다 자신 있는게 있죠. 바로 조정석보다 '확실하게' 못생긴 외모! 하하. '강철대오'에 출연한 배우 중에 제가 제일 못생겼어요. 못 생긴 사람 1등이죠. 독보적인 외모가 곧 차별성입니다. 조정석보다 나쁜 피부, 얼굴, 키..."
영화 속에 자신만의 철학을 담고 진지함 속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그는 진정한 배우였다. "생각보다 진지하다"고 말하니 "진지함 속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것이 진짜 코미디"라고 답하는 그다. 그는 자신을 배우가 아닌 연기하는 코미디언이라고 표현했다.
 
"이경규 선배는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기도 해요. 저는 저를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코미디언이죠. 연기형 코미디언이랄까. 스크린을 통해 진중한 웃음을 던지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영화를 통해 잊고 살았던 순수함을 발견하고 웃음도 빵빵 눈물도 펑펑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마지막으로 '강철대오' 개봉을 앞두고 야심찬 한마디, 자신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제 영화 보지마세요. 웃음과 감동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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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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