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두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상반기를 수놓은 도둑들(감독 최동훈)에 이어 이병헌 류승룡 주연의 '광해'(감독 추창민)가 이번 주말 드디어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대한민국 역대 7번째 기록이다.
한 해에만 두 편의 천만 영화가 나타난 것은 영화계조차도 혀를 내두르는 일이다. 많은 외화와 대작들이 뼈도 못 추리고 극장을 빠져나갔다. 수많은 관객들이 '도둑들'과 '광해'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하면서 극장은 어느 때보다도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TV는 다소 상황이 달라 보인다. 천만 영화와도 같은 이른바 국민드라마, 국민예능이 자취를 감춘 것. 지난 1991년 MBC를 통해 방송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는 방영 기간 평균 시청률이 59.6%에 달했고 1996년 방송된 KBS 2TV '첫사랑'은 65.8%라는 자체최고시청률을 올린 적도 있다. TV 외에는 문화생활이 쉽지 않았던 시대상을 감안할 때 영화와 공연, VOD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존재하는 지금과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예능으로 불린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 2년 전에는 시청률 40%를 돌파했고 올해도 KBS 2TV 주말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최종회에서 45.3%라는 자체최고시청률을 찍는 기염을 토하며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콘텐츠만 좋다면 꿈의 시청률이라는 40% 돌파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장수 인기 예능인 MBC '무한도전'이나 '해피선데이', SBS '일요일이 좋다'나 평일 밤 사랑받는 SBS '강심장', KBS 2TV '승승장구', '안녕하세요', '해피투게더' MBC '라디오 스타' 등을 모두 꼽아도 진정한 '국민예능'이란 타이틀을 거머쥘 프로그램을 찾기는 힘들다. 단순하게 정의할 때 '국민'이란 타이틀은 마치 영화의 '천만'처럼 그만큼 많은 시청자들이 봐줘야만 성립 가능하다. 아주 객관적인 시청률 수치가 인기 척도가 되는 것. 하지만 앞서 열거한 예능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10%대, 혹은 한 자릿수를 기록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드라마의 경우에도 올해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나 MBC '해를 품은 달', KBS 2TV '각시탈' 정도가 방영 기간 동시간대 압도적인 시청률 스코어를 올렸을 뿐 더 이상의 국민드라마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KBS 2TV '울랄라부부'와 '착한 남자', 주말극 '내딸 서영이'가 각각 동시간대 정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신드롬은 없다.
직장인들의 귀가를 재촉하고 안방과 언론을 들썩이게 하는 위력적인 작품에 대한 기다림이 길어진다. 특히 과거엔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던 톱배우나 스타 작가, PD들이 야심차게 귀환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쓴 입맛을 다신 것도 국민드라마의 탄생이 얼마나 어려워졌는가를 가늠케 한다.
2012년, 극장에는 매일 팝콘을 새로 튀기는 냄새가 진동했지만 집에 있는 TV 리모컨은 조용히 잠든 날이 많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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