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가 머리로 해냈다. 포항 스틸러스가 연장 접전 끝에 경남FC를 제압하고 FA컵 정상에 올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2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2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서 연장 후반 15분에 터진 박성호의 결승골에 힘입어 경남FC에 1-0 승리를 거뒀다. FA컵 3회 우승이자 황 감독이 감독 경력 5년 만에 처음으로 들어올린 우승컵이다.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경기였고, 그만큼 치열했다. 4년 전 FA컵 결승전이 스틸야드에서 다시 한 번 펼쳐지는 듯 했다. 비록 그 때와는 사령탑도 선수들도 달랐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얄궂게도 양 팀 모두 에이스가 결장한 상태로 결승전을 치르게 됐다. 포항은 공격의 핵 황진성이, 경남은 주장 강승조가 각각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면서 신진호와 유호준이 선발로 나섰다.

전반부터 접전이 펼쳐졌다. 선제골을 터뜨리기 위한 양 팀의 싸움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경남은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밀리지 않고 경기를 풀어나갔고 포항은 아사모아, 신진호를 중심으로 경남 진영을 호시탐탐 노렸다.
공은 바쁘게 하프라인을 넘어다녔지만 좀처럼 슈팅은 나오지 않았다. 전반 33분 경 아사모아가 연속으로 오른발 슈팅을 때려봤지만 모두 골대를 빗겨나갔고 신진호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아 바로 슈팅으로 연결한 노병준의 기회도 몸을 날린 김병지의 주먹 끝에 맞아 아슬아슬하게 흘러나갔다.
위기를 넘긴 경남도 김인한의 헤딩과 중거리슛으로 포항의 골망을 노렸다. 특히 전반 38분 신화용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김인한의 중거리슛은 비록 골로 연결되지 않았어도 위력적이었다. 이처럼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기회를 주고 받은 양 팀은 결국 득점 없이 0-0으로 전반을 마쳤고, 선수교체 없이 후반에 돌입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유호준이 절묘하게 포항 수비진을 따돌리고 까이끼에게 패스를 이어줬지만 까이끼가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며 천금같은 득점 기회가 날아갔다. 오히려 이후 포항이 조금씩 점유율을 가져가며 골문 앞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하지만 좀처럼 어느 한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지는 않았다.

후반 30분을 전후로 양 팀의 공격에 불이 붙었다. 포항이 먼저 일격을 날렸다. 노병준이 프리킥 찬스에서 신진호 대신 키커로 나서 직접 프리킥을 시도했다. 오른발로 절묘하게 감아찬 공은 골대 가장자리를 정확히 노리고 들어갔으나 미세한 차이로 크로스바를 넘겼다.
경남은 최현연이 반격에 나섰다. 후반 30분 정다훤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에서 만들어진 패스를 이어받아 최현연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교체투입 후 첫 슈팅은 신화용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혔지만 노병준의 프리킥 찬스 이후 포항으로 흐름이 기우는 것을 막는 중요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를 앞두고 포항에 악재가 발생했다. 후반 38분 경남 진영에서 공중볼을 다투던 김대호가 착지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상황이 급변, 유창현이 대신 투입됐다. 0-0의 팽팽한 접전 상황에서 경남의 매서운 공세를 막아내던 김대호의 이탈은 포항에 있어 뼈아픈 전력누수일 수밖에 없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까이끼가 때린 슈팅마저 골대 옆 그물망을 흔들며 정규 경기시간 90분이 모두 끝났다. 경기는 연장전에 돌입했고, 전후반 30분의 시간 안에 승부를 끝내려는 양 팀의 필사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박성호의 머리였다. 신진호의 프리킥을 백헤딩을 받은 박성호가 골망을 가르며 연장 후반 15분, 포항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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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