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의 악몽이 거짓말처럼 되풀이됐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경남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또다시 눈 앞에서 놓친 우승컵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
경남FC는 2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2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연장 접전 끝 0-1로 패했다. 극적인 명승부였고, 경남으로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뼈아픈 패배였다.
FA컵 우승에 올인했던 경남에 있어서는 충격이 큰 결과였다. 우승만 보고 달려왔던만큼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허탈감은 컸다. 하필이면 상대가 4년 전 FA컵 결승에서 자신들을 무릎꿇렸던 포항이라는 점도 쓰디 썼다.

2008년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FA컵 결승전서 경남은 포항에 0-2 완패를 당했다. 전반 3분만에 터진 황진성의 결승골에 후반 33분 김재성이 쐐기골로 숨통을 끊었다. 기세 좋게 결승까지 올라와 창단 후 첫 우승컵을 노렸던 경남은 후일을 기약하며 아쉽게 물러나야했다.
그리고 4년 후, 경남은 또 한 번 우승의 기회를 맞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상대는 당시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포항이었다. 경남으로서는 결코 질 수 없는 경기였다. 설욕과 창단 첫 우승의 두 마리 토끼를 위해 최진한 감독은 '올인'을 선언했을 정도다.
하지만 승부의 신은 다시 한 번 포항의 손을 들어줬다. 연장 후반 15분, 모두가 승부차기를 떠올리고 있었던 그 시간에 포항에 마지막 프리킥 찬스가 주어졌다. 신진호가 찬 공은 골문 앞에서 힘껏 뛰어오른 박성호의 머리에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기적같은 결승골이자, 경남에 비수를 꽂는 단 하나의 득점이었다.
'올인'에도 불구하고 4년 만의 리턴매치서 또다시 포항에 패하며 우승을 놓친 경남은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우승까지 향하는 길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경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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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