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도 꽃도 필요 없었다. 그가 내세웠던 것은 짧고 빠르게 역회전 된 투심 패스트볼과 완급 조절을 위해 던진 변화구종이었다. 올 시즌 두 번의 무릎 부상으로 인해 전열 이탈 기간이 긴 편이던 SK 와이번스 외국인 우완 마리오 산티아고(28)가 벼랑 끝 팀을 건지는 ‘슈퍼마리오’로 활약했다.
마리오는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99구 4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2-1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승리로 SK는 시리즈 전적 2승 2패 균형으로 맞추며 22일 안방 5차전에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1회초 팀이 결정적인 찬스에서 3루 주자 정근우의 미스 등으로 4회까지 선제점을 올리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마리오는 자기 몫을 확실히 해냈다. 이날 마리오의 99구 투구는 지난 6월 1일 문학 KIA전 114구(7⅓이닝 무실점) 이후 가장 많은 투구수였다. 선발로서 자기 몫을 확실히 해내며 무릎 부상 전력에서도 자유로웠음을 알린 마리오다.

이날 마리오의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9km. 그러나 진짜 포심은 25개만을 던졌다. 투심 패스트볼-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 등 다양한 공을 섞어 던진 마리오에 대해 타 구단 전력분석원은 “카운트를 잡거나 방망이를 끌어내기 위해 쓴 구종은 투심이나 체인지업이었다. 오히려 마리오가 포심 위주 투구를 했을 때인 7회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다”라며 결정구로 변화구종을 쓴 것을 높이 샀다.
투심 패스트볼 28개의 최고 구속은 147km에 3회에는 18개의 공 중 14개가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3회 마리오는 김주찬에게 안타를 내줬을 뿐 두 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선발로서 자기 몫을 제대로 해냈다. 2회 박종윤을 상대로는 포크볼로도 혼동할 만한 121km짜리 낙차 큰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4회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내주며 위기에 몰렸던 마리오. 그러나 그 때 마리오는 120km대 후반의 서클 체인지업을 10개 던지며 실점 없이 위기를 넘어갔다. 포수 조인성과의 호흡도 좋았고 시즌 초반 그나마 약점으로 꼽히던 리드 반대 투구도 자주 보이지는 않았다.
올 시즌 무릎 부상으로 인해 공백기가 제법 길었던 만큼 마리오에게도 플레이오프 4차전은 재계약 전망을 위해 반드시 호투가 필요한 경기였다. 그러나 그는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선발 쾌투로 ‘슈퍼마리오’의 활약을 원정지에서 보여줬다.
farinelli@osen.co.kr
부산=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