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비슷했다. 그러나 승자가 달랐다. 이번에는 박희수(29·SK)가 조성환(36·롯데)와의 대결에서 웃었다.
박희수는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4-3으로 앞선 7회 1사 2루에서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희수에 대비해 롯데가 준비한 대타 조성환에 당했다. 포스트시즌 들어 극심한 부진을 거듭했던 조성환은 박희수의 바깥쪽 변화구를 받아쳐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1루에 도착한 조성환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듯 힘차게 환호했다.
결국 SK는 연장 10회 정우람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헌납하며 4-5로 졌다. 롯데의 기세가 완전히 살았고 이 흐름은 3차전까지 이어졌다. 3차전에서 롯데 선수들은 거칠 것이 없었던 반면 SK 선수들은 시종일관 소극적인 플레이로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SK 주장 박정권이 “창피한 패배”라고 했을 정도다.

양자의 대결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다시 이뤄졌다. 박희수는 7회 무사 1루에서 선발 마리오를 구원했다. 강민호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지만 2-0으로 앞선 8회 선두 타자 황재균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점수차가 2점임을 고려하면 롯데가 추격의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여기서 롯데는 다시 승부를 걸었다. 이번에도 카드는 조성환이었다.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1구는 바깥쪽으로 빠졌다. 2차전 맞대결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박희수는 그 당시와 달랐다. 당시 몸쪽 승부를 하지 못하고 안타를 맞았던 박희수는 2구째 빠른공을 조성환의 몸쪽으로 꽂아 넣었다. 이후 3·4구는 침착하게 공을 본 조성환은 박희수의 한가운데 빠른공에 배트를 돌렸으나 파울이 됐다.
풀카운트의 긴장되는 상황. 박희수는 도망가지 않으며 승부를 걸었고 조성환도 역시 힘차게 스윙했다. 그러나 조성환으로서는 야속하게도, 박희수에게는 다행으로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향했다. 풀카운트에서 스타트를 끊은 황재균은 1루로 돌아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더블 아웃이었다.
결국 박희수는 조성환에게 복수하는 동시에 8회 위기도 슬기롭게 넘겼다. 박희수는 9회 마무리 정우람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정우람이 리드를 지킴에 따라 팀의 복수에도 한 몫을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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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