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싸운' 김병지, 팀 위한 우승 꿈꿨지만...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10.21 07: 31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연장전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김병지(42, 경남)는 여유가 넘쳤다. 하지만 김병지의 여유는 연장 후반 15분 터진 결승골과 함께 날아가고 말았다.
경남FC는 2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2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서 포항 스틸러스에 0-1 패배를 당했다. 2006년 창단 이후 첫 우승과 4년 전 FA컵 결승에서 포항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려던 경남은 두 가지 목표를 또다시 후일로 미루게 됐다.
FA컵만 바라보고 달려온 경남이기에 이날 패배는 더없이 썼다. 축구인생의 첫 FA컵 우승을 눈 앞에서 놓친 김병지에게는 더욱 더 쓸 패배였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김병지는 21시즌을 보내는 동안 단 3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K리그(1996년)와 리그컵(1995년, 2006년)에서다. FA컵 우승 경험은 전무하다. 준우승만 3번(1998년, 2001년, 2002년) 경험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날 패배로 김병지는 자신의 경력에 4번째 FA컵 준우승을 추가했다.
팀을 위한 첫 우승이자 자기 자신을 위한 첫 우승이 될 수 있었기에 김병지는 투지를 불살랐다. 상대적으로 전력도 열세였고 팀을 둘러싼 상황도 좋지 못했다. 김병지는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선수들 모두 바보처럼 싸웠다"고 돌아봤다.
시도민구단 중 유일하게 상위 스플릿에 잔류한 경남은 구단의 재정 악화로 인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FA컵 우승이 절실했던 상황. 힘겹게 올라온 결승전, 단 한 번의 승부에 경남은 모든 것을 걸었다. "승부차기까지 가면 잘 될 것"이라고 믿고 '올인'했던 최진한 감독의 믿음 한 구석에는 김병지가 있었다.
연장전까지 120분을 팽팽하게 맞서던 두 팀의 균형이 연장전 종료 직전 포항의 승리로 끝나는 순간, 김병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김병지 본인은 "우리는 뒤로 가면 갈수록 움직임이 좋아졌고 포항은 갈수록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내가 실점만 하지 않았다면 승부차기까지 갈 수 있었다"고 쓰디 쓴 속내를 털어놨다.
"끝까지 우리의 저력을 보여줬기에 후회는 없다"고 돌아본 김병지는 자신의 축구인생에 FA컵 우승을 추가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개인에 대한 것을 신경쓰기보다 팀적으로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라고 잘라 말한 김병지는 "남아있는 시기를 위해서도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김병지가 또 한 번 좌절된 우승의 꿈 앞에서 고개를 떨군 이유는 그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팀을 위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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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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